“흐린 하늘 아래 걷다”…세종의 자연 속 도시산책이 주는 여유
요즘 도심 속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일상 곁에서 시간을 보내는 작은 산책이 오히려 소중하게 여겨진다. 흐린 날씨가 오히려 온도와 습도를 낮춰주며, 세종시의 풍경은 이날 더욱 고즈넉하게 펼쳐졌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사계절전시온실과 테마 전시원이 잘 정비돼 방문객들을 맞는다. 예약 없이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점도 인기 이유다. 실제로 “비가 올 듯한 날에 찾으니 온실 특유의 맑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넓고 깔끔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도시 한복판에서 이방인이 된 듯 잠깐의 일탈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세종시 주요 공공산림 방문객이 10%가량 늘었다. 친구, 연인과 자연을 만끽하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SNS 인증샷으로 남는 이유다.
금강보행교(이응다리)는 세종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쉼터다. 원형 구조의 독특한 다리 위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탁 트인 전망 덕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세종 세종동 주민인 김솔 씨는 “저녁 무렵 강 위에서 보는 하늘빛과 다리 조명이 하루의 피로를 모두 풀어주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강변을 따라 숨은 포토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체험마을 방문도 빼놓지 않는다. 연서면의 정동체험마을에서는 치즈, 피자,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고 동물 먹이주기까지 경험할 수 있다. 주말마다 예약이 빨리 마감된다는 후기가 이어질 만큼, 온 가족이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흔해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근처에 이런 자연이 있다는 게 고맙다”, “아이들과 매주 걷고 체험하는 게 이젠 우리 가족만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휴식을 동시에 누리는 삶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에 잠깐 기대는 일이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익숙한 생활이 돼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