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수놓은 불꽃과 힙합”…신라문화제, 경주 가을에 세대와 세대를 잇다
요즘 경주를 찾는 이들은 가을밤, 화려한 불꽃과 힙합 무대를 동시에 만난다. 신라의 유산이라 하면 고요한 아름다움이 먼저 떠올랐지만, 지금 경주에서 펼쳐지는 신라문화제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축제의 일상이 됐다.
가을의 정취가 짙게 내려앉은 경주 월정교와 봉황대, 이른 저녁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거리를 채운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 공연은 SNS 속 새로운 ‘관광 인증’ 이미지로 퍼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한 여행객은 “불꽃쇼만큼 힙합 뮤지션들의 열정까지 신라라는 브랜드와 어울릴 줄 몰랐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신라문화제가 52회를 이어오며 지역 관광 트래픽은 꾸준히 상승하고, 청년층 유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힙합페스티벌과 함께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더해지며, 주민과 여행자의 즐거운 만남이 연출됐다. 지역민 50여 명이 진행하는 플로깅과 SNS서포터즈, 시민프로듀서 등 ‘참여형 축제’로의 변환이 체감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경험의 혼합’이라 부른다. 지역문화연구소 김지현 소장은 “문화유산이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세대 간 이야기로 이어질 때 진짜 축제의 의미가 살아난다”고 해석했다. 불꽃의 순간, 힙합의 소리, 봉황대 달빛아래 열린 야시장까지 모두가 연결되는 경험인 셈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시골 축제라 생각했는데 얼리어답터 느낌”, “가족 여행 갔다가 아이도, 어른도 각자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는 등, 다양한 연령과 취향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움이 공감대를 넓혔다. 지역 커뮤니티에선 “이제는 경주에서 가을축제 놓치면 FOMO(불참공포) 온다”는 농담도 오간다.
작고 사소한 경험의 변화지만, 지역 축제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다. 신라문화제를 통한 만남과 나눔, 서로 다른 세대의 에너지 교환이 여행의 새로운 목적이 되는 요즘. 가을빛 아래 물드는 경주에서, 우리 삶의 리듬도 한 뼘씩 넓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