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여객수요 49% 과다 산정”…감사원, 국토부에 안전·타당성 재검토 통보
지방 공항 건설을 둘러싼 관리 부실 논란과 안전성 우려가 국토교통부, 감사원을 중심으로 재점화됐다. 2028년 개항을 앞둔 울릉공항 및 흑산공항이 예측 수요 산정에서 대폭 과장을 드러내고, 핵심 시설 역시 안전 기준에 미달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23일 국내 지방 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 울릉공항 여객 수요가 과다 산정됐으며 활주로 길이 역시 안전운항 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가 2050년 기준 107만8천명으로 예상했던 울릉공항 여객 수요는 감사원 산정 결과 55만명으로 무려 49% 줄었다. 해당 수요 예측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자료를 검토하지 않았고, 해운에서 항공으로의 승객 전환율 역시 항공에 유리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활주로 안전성 부문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항공기 좌석 상한을 늘리는 결정에 이어 활주로 길이는 현 1천200미터로 유지했으나, 실제로는 이착륙 자체가 제한된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진행한 조종사 20명 설문조사에서도 70%가 활주로 길이로 인해 이착륙에 부담을 느끼고, 95%는 안전한 운항을 위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바람, 비 등 기상 악화 상황에선 착륙이 불가하다는 검증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공 업체가 무자격 대리인을 배치하고도 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에서 추가로 적발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에 울릉공항 여객 수요 재산정과 함께 활주로 연장 등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흑산공항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감사원은 흑산공항의 2050년 여객 수요가 당초 국토교통부 추정치였던 108만 명에서 18만2천명으로 8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요산정 절차의 미흡함이 반복된 것이다.
또한 흑산공항은 총사업비 증액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타당성 재조사를 즉각 실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았다. 해당 지적에 따라 관련자 6명에 대해 주의 조치가 요구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수요 산정·공사 관리가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지적을 수용해 타당성, 안전성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23일 국회와 정부는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사업을 둘러싼 감사원 발표를 놓고 세부 실태 점검 및 후속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