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재부각…SK하이닉스, HBM 수요에 중장기 레벨업 지속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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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재차 부각되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 조정 이후 다시 반등 흐름을 시도하고 있다. 3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내년까지 이어질 HBM4·차세대 D램 완판 기대가 겹치며, 단기 변동성에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증시에선 국가대표 수출주이자 AI 메모리 핵심 공급사라는 프리미엄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뒷받침할지 주목하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549,0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4.77% 상승 중이다. 시가는 535,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한때 556,000원까지 올랐고, 저가는 533,000원으로 53만 원대 초반~중반에서 매수·매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일 종가 524,000원과 비교하면 단기 조정 이후 레벨업이 다시 시도되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00066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SK하이닉스[00066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 흐름을 보면 주가는 10월 28일 종가 기준 521,000원 수준에서 출발해 전일까지 524,000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장중 저가는 약 501,000원, 고가는 646,000원으로 50만 원 초반부터 60만 원 중반까지 넓은 박스권을 오가며 고변동 장세가 전개됐다. 기술적 지표로는 5일선(약 52만 원대)을 재차 상향 돌파했지만, 20일선(57만 원대)을 밑도는 상황이어서 단기 반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기 조정 흐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계를 6개월로 넓히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6월 초만 해도 주가는 20만 원대 초반(약 207,500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전일 종가 기준 150% 이상, 이날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160% 이상 급등한 상태다. 같은 기간 장중 저가는 20만 원대 초반, 고가는 64만 원대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두 배 이상 레벨업’을 넘어서는 구조적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량은 약 493만주로 6개월 평균(약 390만주)을 웃돌아, 조정 구간에서도 거래 활발함을 유지하며 시장 주도주 위상을 확인시켰다.

 

수급에선 외국인 매도와 기관 매수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11월 19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은 약 499만주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하루 최대 280만주 수준의 대량 매도가 나온 날도 있었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약 229만주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상당 부분 받아냈다. 외국인 매도 확대 국면에서는 주가가 8% 안팎 급락과 박스권 조정을 겪었고, 기관 매수세가 강화된 날에는 장중 3~5%대 급반등이 나타나는 등 양측 수급 변화가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패턴이 반복됐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에선 ‘명확한 시장 주도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399조 원으로 삼성전자(약 619조 원)에 이어 코스피 2위에 올라 초대형 반도체주로 분류된다. 최근 등락률을 보면 SK하이닉스는 약 4.8%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약 1.8% 상승에 그쳤고, 한미반도체·이오테크닉스 등 중소형 장비주가 약세를 보이며 업종 내에서도 차별화된 강세가 부각됐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SK하이닉스 53%대, 삼성전자 52%대로 상위권이며, 한미반도체(7%대), 리노공업(34%대) 대비 글로벌 자금 비중이 가장 높은 축으로 꼽힌다.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고수익·중밸류’ 조합이 특징으로 언급된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2024년 연결 매출은 66조 원, 2025년에는 92조 원 수준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23년 -7조 원 적자에서 2024년 23조 원, 2025년 42조 원대로의 회복과 성장이 제시됐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35%대, 2025년 45%대가 예상되고, ROE는 2024년 31%대, 2025년 4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주가 기준 예상 PER는 대략 6~11배로 동일업종 평균 PER(약 17배)를 밑돈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PBR은 1~2배 수준으로, ROE 40%대가 예상되는 고수익 종목 치고는 과도한 밸류 부담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배당수익률은 0.4%대로 높지 않지만, 실적 회복에 따라 향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가 점차 반영되는 구도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평균 742,692원 수준으로, 현재가 대비 30% 중반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축은 3분기 실적과 HBM 관련 가이던스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24조 원대, 영업이익 11조 원대, 영업이익률 40% 후반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AI 서버용 HBM과 고용량 DDR5, AI 특화 eSSD 출하 확대에 더해 전통 D램·낸드 가격 회복이 겹치며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됐다. 회사 측이 실적 발표 당시 “HBM을 포함한 주요 메모리 제품이 내년까지 사실상 완판 상태”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1~2년간 수요보다 공급 제약을 고민해야 하는 국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수 증권사가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60만~70만 원대로 높이며 주가 레벨업의 근거를 제시했다.

 

두 번째 축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반도체주 랠리가 재개되자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칩·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구글 AI 추론칩(TPU)에도 HBM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요 빅테크를 아우르는 핵심 메모리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TPU 생태계에서도 SK하이닉스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AI 가속기 수요가 늘수록 고대역폭 메모리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HBM 1위 사업자가 ‘슈퍼사이클의 정중앙’에 서 있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세 번째는 SK그룹 차원의 수출·실적 스토리다. SK그룹의 올해 수출액이 1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가운데 약 64%를 SK하이닉스가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 중심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그룹 수출과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제와 세수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단순한 개별 종목을 넘어 코스피 4000 시대를 여는 핵심 주도주이자, 대규모 수출과 법인세를 통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국가대표 수출주’로 평가하며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분위기다. 이런 인식은 규제·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장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 번째 축은 브랜드·ESG 이슈다. SK하이닉스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허니바나나맛 HBM 칩스’를 출시하며 기술 리더십을 대중 친화적 마케팅으로 확장했다. “아무나 못 사는 HBM, 누구나 즐기는 HBM칩”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난해한 기술 용어인 HBM을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로 바꾼 시도다. 매출 규모 자체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HBM 1위 기업으로서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캠퍼스 사회공헌 활동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으로 이어지는 등 ESG 영역 호재도 이어지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 브랜드와 인재 확보, 규제 환경 등 비재무 경쟁력을 떠받치는 요소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뉴스·테마 측면에서 SK하이닉스는 세 가지 축에 동시에 포섭된다. 첫째, HBM·DDR5·AI 서버용 eSSD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데이터센터 메모리’ 테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둘째, 삼성전자와 함께 코스피 지수와 한국 수출을 동시에 이끄는 ‘K-반도체·국가대표 수출주’ 테마다. 코스피 2위 시가총액과 높은 외국인 비중을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의 핵심 통로로 기능한다는 분석이다. 셋째, 편의점 HBM 과자와 ESG 수상으로 상징되는 ‘브랜드·ESG’ 테마로, 단기 수익보다는 평판·이미지 측면에서 장기 밸류에 우호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조축으로 거론된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강점은 수익성과 성장성이다. ROE는 업계 최상위권인 40%대, 영업이익률도 40% 안팎으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미반도체·리노공업 등 주요 종목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약점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섹터 변동성이 지적된다. 6개월 동안 주가가 두 배 이상 뛰면서 절대 주가 수준이 높아졌고, AI·반도체 섹터 전반 조정 시 개별 호재와 무관하게 동반 약세를 보일 소지가 크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요약하면 “이익과 ROE는 업계 최상위권, PER는 업종 평균을 밑도는 재평가 구간이지만, 섹터 변동성 확대 시 조정 폭이 클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전망과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1개월)와 중기(6개월)를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 최근 박스권 하단이자 기관 매수세가 유입됐던 52만 원 부근 지지 여부가 핵심으로 거론된다. 반대로 60만 원 안팎은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돌파 시도가 있었던 저항 구간이다. 이 범위를 거래량을 동반해 상향 돌파할 경우 6개월 고점대 재도전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보수적 시나리오로는 52만 원대 지지 재확인 후 박스권 재진입, 낙관적 시나리오로는 글로벌 기술주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계기로 60만 원대 돌파를 시도하는 그림이 제시된다.

 

중기적으로는 6개월간 가파른 상승에 따른 밸류 부담과 함께 미국 기술주 조정, 글로벌 금리·환율 변화 등 외부 변수가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다만 HBM4·차세대 D램 로드맵과 빅테크 수요 확보가 뒷받침되는 한, 중장기 추세 자체는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고 HBM 공급 타이트 상황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조정 시마다 중장기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점검해야 할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AI·반도체 테마 특성상 글로벌 기술주 조정 시 실적과 무관하게 단기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 환율·글로벌 금리·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외국인 수급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HBM 공급 경쟁 심화나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조정 발생 시 현재 시장이 가정하는 성장 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이벤트성 뉴스·테마보다는 수익성, ROE, CAPEX 계획 등 펀더멘털 지표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며, 향후 금리와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흐름이 SK하이닉스 주가 방향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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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hbm#ai메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