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금리 인하 베팅 확산”…미국 증시 동반 상승, 완화 전환 기대에 글로벌 증시 들썩
26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지자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번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조짐과 완만한 고용 흐름이 맞물리며 연준의 추가 완화 여지를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이날 오전 10시 18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1.41포인트(0.39%) 오른 4만7천293.86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28포인트(0.40%) 상승한 6천793.16,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89.03포인트(0.39%) 뛴 2만3천114.62를 가리키고 있다.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보기술(IT)과 소비 관련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며 지수 상승을 이끄는 흐름이다.

시장의 시선은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차기 연준 의장 인선에 쏠려 있다. 비둘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전해지며 완화적 기조 강화 기대가 부각됐다. 투자자들은 인선 결과가 향후 금리 경로와 유동성 환경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12월 인하 기대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오후 10시 15분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낮출 가능성을 82.9%로 반영했다. 불과 1주일 전 같은 지표에서 산출된 인하 확률이 30.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시장의 금리 전망이 크게 선회한 셈이다. 이는 연준이 향후 몇 달간 긴축 대신 완화 신호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된 미국 거시지표는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면서도, 동시에 연준이 성급한 대폭 인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석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내구재 수주는 계절 조정 기준 3천137억달러로 집계돼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0.3% 증가를 웃돌았지만, 8월 3.0% 증가와 비교해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들어 설비투자와 제조업 경기의 모멘텀이 서서히 식는 모습이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신호와 예상치를 상회한 결과를 함께 고려하며 경기의 ‘과열은 아니지만 둔화 위험도 즉각적이지 않은’ 단계로 진단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2일로 끝난 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6천건으로, 직전주 수정치 22만2천건보다 6천건 줄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 22만5천건을 밑돌아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해고 증가세가 제한적인 가운데 구직 활동도 이어지고 있어 급격한 경기 위축 신호로 해석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런 조합이 연준의 판단에 미묘한 균형을 요구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케 캐피탈 파트너스의 킨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세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전히 상당한 인구가 실업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완만한 고용 회복과 잔존하는 취약 계층이 연준에 추가 금리 인하 선택지를 남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진단은 연준이 급격한 긴축 재개보다 점진적 완화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과 맞닿아 있다.
종목별로는 인공지능(AI) 수요가 IT 업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AI 관련 매출 확대를 토대로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뒤 강세를 나타냈다. 회사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315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 275억9천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주가는 4% 뛰었다. 소비 관련주에서는 의류·생활용품 소매업체 어번 아웃피터스가 3분기 실적이 기대를 크게 상회하며 주가가 16% 급등했다. 어번 아웃피터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28달러, 매출은 15억3천만달러로, 시장이 예상한 EPS 1.20달러와 매출 14억7천만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반면 구조조정 이슈를 안은 기업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HP는 향후 4천명에서 6천명 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2% 이상 하락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5만8천명 수준인 전체 인력의 최대 10%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PC·프린터 수요 둔화 속 사업 체질 개선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국발 완화 기대는 유럽 증시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유로존(Eurozone)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보다 1.08% 오른 5천633.97에 거래 중이다. 영국(UK) FTSE100 지수는 0.68%, 프랑스(France) CAC40 지수와 독일(Germany) DAX 지수는 각각 0.59%, 0.66%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 업종과 성장주 비중이 높은 유럽 시장에도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다소 엇갈린다. 국제 유가는 경기 둔화 우려와 수요 전망 약화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02% 내린 배럴당 57.94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해 주식시장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 글로벌 성장세 둔화 우려가 석유 수요를 제약해 유가는 상단이 제한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공식 메시지와 추가 거시지표에 쏠려 있다. 다음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발표될 물가·고용 지표가 현재의 인하 베팅을 정당화할지, 혹은 조정 국면을 불러올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완화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된 이후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주식과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그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