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로 여당 독주에 맞설 것"…국민의힘, 추석 앞두고 본회의 총력 저지 시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를 둘러싼 극한 대치에 돌입했다. 민주당 주도의 쟁점 법안 처리에 맞서 국민의힘이 ‘무제한 필리버스터’라는 강경 카드를 검토하면서, 정국은 여론전과 장외 투쟁의 격랑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69개 법안 전부를 대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지도부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지난 의원총회에서 전면 필리버스터에 대한 의원들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원내 지도부는 실질적으로 이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뿐만 아니라 비쟁점 법안까지 포함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 신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25일 본회의에서 6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가 적용될 경우, 현행 국회법상 최소 69일에 이르는 의사진행 방해가 현실화된다. 국회법 106조의2는 종결 동의 표결, 신청 정당의 자체 종료, 또는 회기 종료로만 필리버스터 종결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제출한 뒤, 24시간 후 표결해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모든 안건에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면 69회에 걸친 종결 표결로, 여야는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24시간 단위로 반복해 소집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체력적·정치적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면적 필리버스터는 정작 대중 피로감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민주당이 상정하는 법안 수에 따라 필리버스터 기간이 달라진다”며 “소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사한 사례도 있다. 2019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및 공수처법 처리에 항의하며 199건의 본회의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시에는 ‘민식이법’ ‘유치원 3법’ 등 민생 법안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일부 역풍을 맞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선명한 민생 현안이 상대적으로 적고, 여야 모두 추석 연휴를 겨냥한 여론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잃을 것이 없다”는 기류가 국민의힘 내에 형성돼 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여야 모두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수 야당으로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들에게 여당의 입법 독주를 알려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25일 본회의를 앞둔 국회는 필리버스터 진행 여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팽팽하다. 정치권은 장기전 돌입 시 국민 여론의 향방이 정국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의 실제 필리버스터 신청 여부와 그에 따른 여야의 후속 대치 수위에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