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기후재난 실상 다시 쓰이다”…오징어 실종과 생존 고통→선택 앞의 끝없는 질문
뜨겁게 내리쬔 햇살과 이어진 가뭄이 한반도를 두 갈래로 갈랐다. ‘PD수첩’은 1973년 이후 가장 뜨거웠던 여름, 재난이 일상이 된 기후변화의 쓸쓸한 풍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울릉도의 바다는 국민이 사랑하던 오징어마저 삼켜 버렸고, 무기력한 어민들의 한숨이 빠르게 산업을 잠식한다. 바다에 나가도 언제부터인가 빈 그물이 돌아오는 순간마다, 박진도 씨 같은 어민들은 ‘한 번 더 나가면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올까’ 두려움으로 하루를 맞는다.
텅 빈 항구와 생계를 잃은 일터에 남겨진 이들의 표정에는 허탈함과 피로가 얽혀 있다. ‘금징어’라는 유쾌한 별명이 사라진 뒤 ‘없징어’가 된 이 바다는 재난 이후 처음 마주한 민낯과 다르지 않았다. 마을 식당과 횟집, 동네 골목까지 스며드는 침묵은 예전의 분주함을 잃었다. 생계가 흔들리며 사라진 오징어의 자리에는 변화를 실감하는 울릉도 어촌의 위기가 겹쳐된다.

변화는 바닷가 마을만 먹운 것이 아니다. 거제의 양식장은 산소 고갈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풍경이 반복되고, 노인의 한숨 뒤에는 “이제 바다가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는 체념이 뒤따른다. 제주 해녀 송정임 씨의 말처럼, 뛰어들던 바다는 어느샌가 두려움의 공간이 됐다. 강원도의 고랭지 밭도 가뭄과 폭염에 힘없이 쓰러진 작물만 남기고 만다. 끝내 식탁 위도 예전의 풍성함이 무너진다.
방송은 과학적 진단도 놓치지 않는다. 기후변화 전문가와 시뮬레이션에 나서며 “탄소배출이 이어진다면 2100년 임계점 돌파”라는 위험 신호를 환기한다. 기후학자 김태준 교수의 조심스러운 경고, 그리고 “지금 바뀌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울림이 깊은 파문으로 남는다. 생존의 경계 위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방송은 시청자와 함께 남은 시간의 무게를 오래 묻는다.
‘PD수첩’이 따라간 울릉도의 바람, 거제 앞바다, 강원 고랭지의 작은 삶은 더 이상 남일이 아니다. 바쁜 이주의 끝, 이 방송은 변화가 낳은 쓸쓸함과 위기, 그리고 선택해야 할 이유를 새로운 시선으로 던진다. 코드레드에 직면한 오늘, 시청자는 경계의 문턱 너머를 깊게 성찰하게 된다.
한편, ‘PD수첩–코드레드 : 기후의 청구서’는 9월 16일 화요일 밤 10시 20분, 방송을 통해 선택의 시간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