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도 의심”…소아 만성복통, AI 진단 시대 열린다
만성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 환자가 증가하며, 첨단 진단기술이 소아 장질환 관리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최근 의료기관들은 대변 내 염증 바이오마커인 칼프로텍틴 검사는 물론,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시스템을 도입해 기능성 복통과 염증성 장질환 구분, 맞춤 치료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조기 감별과 치료전략 수립이 가능한 AI 의료기술이 소아 위장 질환 대응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4~16세 소아의 만성 복통은 전체 연령대 중 10~15%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특히 4~6세와 청소년기 초입에서 발생 빈도가 높으며, 2개월 이상 반복되는 복통과 체중감소, 발열, 배뇨 이상 등 경고 신호가 동반될 경우 단순 꾀병이 아닌 심각 질환 신호일 수 있다. 단기간에 지나가는 급성 복통과 달리, 만성 복통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지속되거나, 낮뿐 아니라 밤에도 통증이 있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

진단 과정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능성 복통에 비해, 장질환이나 염증 유무 확인을 위해 혈액검사(CBC·ESR·CRP), 대변검사(칼프로텍틴, 세균·기생충 등), 영상의학(복부 X선, 초음파, CT), 필요시 소아 수면 내시경 등 아날로그적 판별 방법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칼프로텍틴을 활용한 대변 내 염증성 지표 진단과 AI 알고리즘 기반 예측모델을 적용해 진단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 실제로 AI 기반 판독 시스템은 다양한 임상 데이터와 이미지를 분석해 복통의 원인 질환을 신속하게 분류, 진단 과정의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했다는 임상 보고도 있다.
치료법 역시 원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발전 중이다. 음식 과민에서 비롯된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식이교육과 약물요법을 병행하며, 만성 변비는 장기적 약물조절과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된다.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은 조기 감별 이후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 면역치료가 예후 개선에 필수적이다. 특히 만성 감염이나 장관 이외 질환 의심 시 원인균 분리와 항생제·제균 치료 계획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글로벌에서는 영국 NHS, 미국 NIH 등 보건당국이 유전체 정보, 바이오마커, AI 판독을 접목한 소아 위장관 질환 조기 예측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이 AI, 딥러닝 기반 영상 판독·문진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임상적용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AI 검진은 주관적 증상 호소 중심의 기존 진료를 객관적 지표 중심으로 전환시킬 기회”라고 진단한다.
현재 국내 의료법상 AI 기반 진단 보조는 의료진 책임 하 보조도구로 제한되나, 복잡한 소아 위장 질환 구분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제도적 평가 기준, 개인정보 보호·알고리즘 신뢰성 등 추가 연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호정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학기술 발전으로 칼프로텍틴, 혈액 바이오마커 등 검사 항목이 다변화돼, 원인 질환 감별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소아 환자에서 만성 복통이 의심될 땐 반드시 전문가 상담으로 검사의 필요성과 수위,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계는 소아 만성복통 진단의 AI·정밀화가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