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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로 찾고 예술로 즐긴다”…익산 보물찾기 축제, 골목이 모험이 되는 날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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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 골목에서 새로운 놀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옛날처럼 단순히 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게임을 하듯 모험을 즐기고 지역의 이야기에 스며드는 일상이 됐다. 전북 익산에서 펼쳐지는 ‘보물찾기 축제-금괴를 찾아라!’도 그런 흐름을 한껏 담아낸다.

 

축제가 열리는 도시는 스스로 탐험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로 들썩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AR(증강현실)이 깃든 거리와 오래된 창고, 그리고 동네 골목을 누비다 보면 “이곳에 정말 금괴가 숨어 있나?”라는 상상에 푹 빠진다. 국가등록문화재로 남은 옛 일본인 농장 창고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금괴 2t’의 실체를 쫓으며, 참가자들은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한다.

AR보물찾기부터 지역예술 공연까지…‘보물찾기 축제’ 전북 익산에서 열린다
AR보물찾기부터 지역예술 공연까지…‘보물찾기 축제’ 전북 익산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1회차보다 참가자가 늘고, 지역을 찾는 방문객이 점차 많아진다. 직접 미션을 해결하며 인화동과 주현동 곳곳을 탐험하는 RPG 형식의 게임, 그 도중 거리에서는 예술인과 직장인 밴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도시 전체가 작은 축제 무대가 되는 감각도 참가자들의 체험담에서 두드러진다.

 

정지혜 문화기획자는 “보물찾기의 본질은 결국 모험과 공동체적 경험에 있다”며 “지역만의 기억과 이야기를 몸소 느끼는 과정이 축제의 진짜 보물”이라 표현했다. 실감형 게임뿐 아니라 보석공예 체험, 플리마켓, 아트페어 등 손으로 만드는 부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된 점도, ‘보는 축제’에서 ‘함께 만드는 축제’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현실판 게임을 직접 해보니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 “지역 예술 공연과 골목의 풍경이 매 순간 특별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오랜 이웃도, 먼 곳에서 처음 온 방문객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며 “이젠 이런 축제가 일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창고의 금괴 전설처럼, 그날 익산 골목에는 시간과 기억이 겹겹이 쌓인다. 사소한 놀이와 즉흥적인 만남이 도시의 성격을 바꾸고, 함께 한 이들의 감각 속에 새로운 공동체가 태어난다. 작고 특별한 축제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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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축제#익산#ar보물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