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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임수정, 빚에 잠긴 도시의 초상”…불안이 덮친 부부의 비밀→19년 만에 돌아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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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임수정, 빚에 잠긴 도시의 초상”…불안이 덮친 부부의 비밀→19년 만에 돌아온 선택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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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도시의 소음 아래, 하정우와 임수정이 나란히 앉은 모습은 한 편의 영화 같은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생계형 건물주의 무게를 짊어진 채 흔들리는 하루를 견디는 하정우와, 벼랑 끝에서 차분함과 불안을 넘나드는 임수정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는 정적은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삶의 약속과도 같았다.

 

새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빚에 짓눌린 소시민이 악착같이 건물주가 되고자 분투한 끝에, 차갑게 적막해진 현실과 범죄의 그림자를 동시에 마주하는 순간을 풀어낸다. 드라마에서 하정우가 서사는 영혼까지 쥐어짜내다 무너진 기수종 역을 맡아, 19년 만에 브라운관에서 농익은 중년의 굴곡과 한계를 그려 보여준다. 그의 쓸쓸한 어깨 위엔 무거운 빚과 가족의 삶이 겹겹이 얹힌다.

“19년 만의 변화”…하정우·임수정,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부부의 비밀→불안한 일상 예고
“19년 만의 변화”…하정우·임수정,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부부의 비밀→불안한 일상 예고

임수정이 연기하는 김선은 수종의 아내이자, 무너진 일상 위에서도 꿋꿋이 가족을 품으려 고군분투한다. 흔들리는 시선 속에선 조용하지만 단단한 단호함이 드러나, 몰락의 기로에서도 부부의 균형을 예리하게 지켜낸다. 날카롭게 교차하는 불안 속에서, 두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는 점점 현실을 집어삼킨다.

 

새로운 인물들과의 얽힌 인연 역시 주목을 끈다. 김준한이 맡은 민활성은 숱한 사업 실패 끝에 데릴사위로 눌러앉은 인물로, 그의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깊은 사건의 실마리를 던진다. 정수정은 민활성의 아내 이경으로 등장해, 겉으로는 부유함을 누리지만 내면엔 수종 부부를 향한 부러움과 갈증, 그리고 자신만의 불안을 품게 된다. 리얼캐피탈 실무자 요나로 합류한 심은경 역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수종 부부의 위기를 더욱 예리하게 파고든다.

 

‘페르소나’로 명징한 영상미를 펼쳤던 임필성 감독, 그리고 ‘바게트 소년병’의 오한기 작가가 힘을 합친 이번 작품은 일상의 균열과 인물의 이면을 닮은 현실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춘다. 삶이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얼룩진 순간, 가족도, 집도, 자신마저도 점차 멀어져 가는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19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하정우와, 임수정이 완성해갈 부부의 초상은 뿌연 도심 속 애달픈 잔상처럼 시청자 곁에 머무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내년 상반기, tvN을 통해 첫 방송될 예정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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