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스위스프랑·유로 대비 사상 최저”…일본, 저금리 고착 속 환율 불안 여진
현지시각 기준 18일, 일본(Japan) 엔화 가치가 스위스프랑과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국제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번 동향은 일본의 초저금리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로, 낮은 금리를 이용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프랑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87엔대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다. 유로대비 역시 19일 기준 174엔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175엔대에 근접했다. 엔화는 영국 파운드,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등 다른 통화와의 환율도 고점을 이어갔다. 반면 달러(USD)와 엔화 환율은 지난해 7월 161엔대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약 147엔대를 오가고 있다.

엔화 약세의 결정적 배경으로는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거론된다. 최근 투자자들이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대폭 늘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7월 금리 인상에 나섰던 이후 잠시 진정 국면을 보였으나,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월간 외국계 은행 본점 송금액이 12조7,178억 엔(약 120조 원)에 달했다. 이는 2008년 엔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던 시절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환율 변동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본 야당 다수가 소비세 감세 등 재정 확대 정책에 찬성하고, 9월 4일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취임 이후에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재정 확장 요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구조적 요인이 엔화 매도 압력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 전문 매체 닛케이 등은 일본은행의 9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미국이나 유럽과의 실질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엔화 약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금융업계도 일본은행의 대폭 금리 인상이나 해외 투자 유입 확대 같은 근본적 정책 선회 없이 엔화 가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국제 금융시장 내 저금리-고금리 국가 간 투자이동 심화의 방증"이라며 일본발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일본 금융 및 실물경제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도 일본은행의 추가 대응 조치와 9월 새 총리 취임 이후 정책 기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