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의 꿈, 11명만이 현실로”…로또라는 ‘작은 희망’과 진짜 당첨자들의 표정
요즘 ‘한순간의 행운’을 바라며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소소한 재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어느새 일상 속 작은 희망이자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됐다. 토요일 밤만 되면 전국 곳곳, ‘오늘은 내 차례’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7월 12일, 동행복권이 발표한 제1180회 로또 당첨번호는 6, 12, 18, 37, 40, 41(보너스 3번)이었다. 6개 번호를 모두 맞힌 1등은 11명. 각각 25억 3,556만원—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한 금액이다. 세금을 제하고 실수령은 16억 9,882만원. 수치만으로도 숨이 막히지만, 정작 11명만이 그 복권을 쥐고 오늘을 다르게 맞이한다. 2등은 72명, 3등은 3,010명, 4등과 5등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이 당첨의 크고 작은 손 떨림을 경험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번 회차 총판매금액은 1,153억7,796만5,000원에 달한다. 매주 추첨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뽑힌 번호부터 연속 출현하지 않는 ‘미운 번호’까지, 로또는 단순 복권을 넘어 데이터와 확률, 그리고 심리의 전장이 됐다.
심리학자 이수정 박사는 “로또의 본질은 단순 당첨이 아니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위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하며 잠시나마 ‘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상상하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에도 꽝, 다음 주엔 꼭!” “언젠가는 나도 당첨될 거란 희망으로 산다” 등, 실망과 기대가 뒤섞인 공감의 메시지들이 이어진다.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 저녁 산책길에 하나쯤은 들고 있는 노란 복권 한 장. 팬데믹 이후 더 예민해진 불안 속에서, 로또 한 장은 위험 없이 붙잡을 수 있는 손쉽고 아날로그적인 소망이 돼가고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추첨, 수만 번의 번호 조합,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은근히 키워왔다. 이미 통계에 따르면 누적 1등 당첨자는 9,694명,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 회, 한 장에서 터지는 인생 역전 이야기는 드물지만, 매주 반복되는 번호 추첨의 풍경 역시 평범한 우리에게 소소한 ‘삶의 이벤트’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25억의 꿈’을 다시 품으며, 로또 창구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