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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예술, 저녁엔 미식”…관악구 가을 산책길에 담긴 행복의 조각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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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관악구에서 문화와 미식을 동시에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숙소와 학교가 밀집한 동네'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특별한 하루의 즐거움을 찾으러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만큼 관악구 곳곳엔 새로운 경험과 감각적 순간이 숨어 있다.

 

도심 한가운데 펼쳐진 서울대학교미술관은 그 자체가 현대 예술의 실험장이자 명소다. 언덕 위의 독특한 건축미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간,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의 손끝에서 나온 이 미술관은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시회만 보러 오는 줄 알았는데,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는 입소문에 주말마다 산책을 겸해 들르는 시민이 많아졌다.

관악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관악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책장과 화분,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진 카페 '옐로우버터드림'은 요즘 젊은 세대 취향을 저격했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써 만든 파블로바, 말차 콩크림 갸또 같은 글루텐프리 디저트는 “건강을 챙기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이라는 평을 얻는다. 이곳에서 베이킹 클래스를 수강하는 이들은 “작은 케이크 하나에 사계절 일상과 이야기가 녹아든다”고 고백했다.

 

문화와 미식 사이, 조금 더 색다른 식사를 원한다면 신림동의 인디아 더르바르가 답이다. 현지 셰프가 정통 방식 그대로 내놓는 커리와 탄두리, 바삭한 마살라 파파드에 이어지는 촉촉한 난, 인도와 네팔의 레시피가 입안 가득 새로운 풍미를 남긴다. 손님들은 “이국적인 향신료가 주는 큰 위로와 따뜻함이 있다”며 자주 찾아오는 이유를 표현했다.

 

서울 관악구가 '맛집'만의 동네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곳이 또 있다. 온정돈까스 본점은 '디진다돈까스', '대왕돈까스' 같은 유쾌한 메뉴명으로 유명해졌지만 푸짐함과 정성이 더해진 한 그릇 덕분에 남녀노소,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따뜻한 소스와 두툼한 돈가스 한 조각이 바쁜 하루를 든든하게 마무리해준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관악구 문화공간 방문객과 지역 내 음식점 신규 개점 수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작은 만족을 찾아 나서는 트렌드가 관악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라고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멋지다. “내가 사랑하는 동네가 이렇게 예쁘다니 다시 보게 돼요”, “가을엔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처럼 일상의 작은 기쁨을 공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관악구에서의 하루는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하다. 도심의 속도와 자연의 소란스러움, 새로운 맛과 예술의 온기가 만나는 계절,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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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미술관#옐로우버터드림#인디아더르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