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육백마지기 샤스타데이지의 환희→횡성 여름 체험길에서 만난 여운
햇살이 순백의 꽃잎 위에 스며들어 바람조차 조심스레 머무는 평창 육백마지기엔 매년 여름이면 낮은 구름처럼 샤스타데이지의 물결이 밀려온다. 해발 1250m의 너른 들판을 온통 밝히는 순수한 꽃의 군락은 여행자의 마음에 하얗게 번지며, 그 청명함 아래에서 걷기만 해도 숨이 트이는 듯한 자유와 환희가 번져간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꽃밭은 시간이 머무는 틈새다. 들판 너머 저녁노을이 깃들 무렵,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어둑한 야경 속에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한다. 샤스타데이지의 낮 풍경이 희망이었다면, 육백마지기의 밤은 나지막한 위로로 남아 여름의 서사를 완성한다. 촬영지마다 펼쳐지는 인생샷의 순간은 감각적인 기억으로 새겨진다.

강원도 횡성은 또다른 호흡으로 여름을 그린다. 숲길을 따라 이어진 횡성루지체험장에서는 국내 최장인 2.4km 루지 트랙이 자유와 질주의 전율을 선사한다. 바퀴가 굽이치는 속도감과 산바람이 뺨을 스칠 때, 일상의 무게는 어느새 사라지고 온몸이 자연에 맡기는 해방감을 맛본다.
루지 코스를 벗어나면 인근 범산 목장에서 전해지는 유기농 아이스크림의 신선한 풍미가 한숨 돌린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가뿐한 발걸음이 이끌린다면 횡성 진삼애의 산양삼 캐기 체험도 이색적인 여름의 추억이 된다. 직접 흙을 헤집으며 산양삼을 찾아내고, 조청 속에 자신만의 산양삼청을 완성하는 순간, 작은 성취가 마음에 오래도록 머문다.
수묵화 같은 산세와 인공 호수가 어우러진 횡성호수길은 무더운 날씨에도 여행자의 발길을 서늘하게 식혀준다. 여섯 구간 중 5구간 가족길은 아이 손을 잡고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산책길이다. 정적이 깃든 고딕풍 붉은 벽돌의 풍수원성당은 오래된 신앙과 역사의 숨결마저 긴 시간 속에 들려준다. 성당 뒤 유물전시관에선 천주교 박해와 수많은 삶의 여운이 깃든 유물이 조용히 방문객을 맞는다.
강원도 평창과 횡성의 여름은 꽃과 하늘, 바람과 흙, 그리고 오래된 기도까지 다양한 빛깔의 감각으로 여행자를 부른다. 다채로움이 직조하는 이 계절의 여정은 6월부터 7월까지 이어져, 자연 안에서 누구나 자그마한 평화와 안식을 발견하게 한다. 여름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 땅의 계절이 주는 위로와 성찰이 길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