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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비, 교복 속 첫사랑의 경계”…우리들의 교복시절, 불안과 동경 스며든 진심→누구의 추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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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비, 교복 속 첫사랑의 경계”…우리들의 교복시절, 불안과 동경 스며든 진심→누구의 추억인가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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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문을 연 교실, 진연비가 입은 평범한 교복은 어느새 소녀들의 두려움과 희망을 감싸 안고 있었다.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배우 진연비가 연기하는 아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아직 어딘가 서툴렀던 첫사랑과 성장의 시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 같은 책상에 앉는 소녀들이 건네는 조심스러운 편지 한 장과 교복을 바꿔 입는 순간, 아이의 내면에 감춰진 열등감과 동경, 그리고 사랑의 시작이 잔잔하게 퍼져나간다.

 

아이가 입학한 제일여고 야간반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현실을 품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짝퉁 엘리트'라 부르며, 교복에 감춘 속마음을 오직 편지로만 꺼낸다. 매일 밤 책상을 공유하는 주간반 친구 민과의 서툰 소통은 점차 서로를 닮아가게 한다. 민은 늘 반짝이는 자신감으로 사랑도, 우정도 자연스럽게 풀어내지만, 아이의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진심에 조금씩 스며든다. 교복을 바꿔 입고 함께 땡땡이를 치며 시간을 공유하는 그 날, 두 사람은 같은 공간과 바람을 나누는 특별함을 경험한다.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하지만 성장통은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 인기남 루커를 향한 첫사랑이 공개되자, 아이는 주간반 학생이라고 자신을 속이기 시작한다. 교복에 숨겨진 진심과 엷은 천 한 겹 밑에서 꿈틀대는 열등감, 조용히 쌓여온 우정은 미묘한 균열을 맞이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영화는 교복이라는 매개체로 신분, 시간, 감정의 경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두 소녀가 주고받는 편지와 가끔의 침묵, 책상에 남겨진 짧은 이야기들은 말수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촹칭션 감독은 일상의 섬세한 순간들을 천천히 포착한다.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흐려지는 감정의 선과 모호한 욕망의 윤곽, 그리고 사랑에 서툰 시선에서 십대의 혼란과 불안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배우 진연비는 아이의 불안한 눈빛과 간신히 내뱉는 목소리로, 단단히 닫힌 마음 너머의 갈망과 성장의 흔적을 깊게 남긴다.  

 

제일여고는 낮과 밤이 뒤섞인 공간으로, 교복이 바뀌고 편지가 오가는 모든 곳에서 경계와 교환의 은유가 스며든다. 마음을 내기 어렵던 십대의 조용한 불안과 소망, 그 작고 어지러운 흔들림이 교실이라는 집 안에서 잠시 머문다. 영화는 109분 22초 동안, 단순한 성장통을 넘어 소녀들이 스스로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펼쳐나간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옷 하나일 뿐이었던 교복이 감정의 언어가 돼 관객 모두의 지난 첫사랑, 처음의 자신을 떠오르게 한다. 진연비, 항첩여, 구이태가 섬세한 연기로 불완전했던 과거의 자화상을 그려내며, 촹칭션 감독이 조용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2025년 7월 11일 개봉을 통해, 모든 청춘의 진심을 다시 불러낼 예정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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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연비#우리들의교복시절#촹칭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