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없는 BM”…엔씨, 아이온2로 신뢰 회복 시도
엔씨소프트가 신작 MMORPG ‘아이온2’를 앞세워 확률형 과금 관행에서 탈피하고, 월정액 기반의 수익모델로 게이머들의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는 엔씨의 실적 반전의 ‘승부수’이자 글로벌 MMORPG 시장의 새로운 방향 전환 신호탄으로 주목한다. 그간 ‘리니지’ 시리즈의 과도한 뽑기형 결제 시스템으로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합리적 과금 구조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일 생방송에서 ‘아이온2’의 출시일을 11월 19일로 공식 발표, 사전 등록을 시작했다. 핵심은 ‘월정액 배틀패스’와 편의성 멤버십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멤버십 가격은 월 2~3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며, 유료 판매는 게임 성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외형 아이템에만 국한된다. 소인섭 사업실장은 “게임 내에서 성능이 붙는 아이템은 절대 확률 기반 판매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용자가 선택 가능한 직접구매 방식에 초점을 뒀다.

특히 이번 BM 설계는 게임 내 무료 재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 시스템으로 눈길을 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무료 화폐가 모든 거래의 기준이며, 유료 및 무료 재화 간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단순 과금이 아닌 ‘플레이의 가치’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유로운 외형 커스터마이징과 패션 스타일 강화 요소는 아이온 고유의 유저 경험을 계승한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출시 일정 발표 직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전일 대비 8.6% 상승했다. 증권업계는 “차별화된 게임성, 균형 잡힌 PvE 및 PvP 콘텐츠, 젠지 세대까지 소구할 트렌디한 외형 개선 요소를 감안할 때 기존 MMORPG와 뚜렷한 차별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에서의 낮은 과금 진입장벽은 국제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의 MMORPG 경쟁사는 여전히 ‘확률형’ 중심의 고수익 BM을 택하고 있다. 엔씨의 전략 전환이 실제로 산업 구조 변화까지 이끌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의 실적 부진 돌파 여부뿐 아니라, 과금 구조 혁신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엔씨는 2024년 연결기준 1092억원 영업손실로 26년 만의 적자 전환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전작 아이온의 PC방 160주 연속 1위, 누적 매출 1조원의 흥행 IP를 기반으로, ‘지스타’ 메인 스폰서 참여 등 대대적 홍보전에 돌입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매출 최소 2조원을 목표로 하며, 신작 라인업 성과에 따라 최대 2조5000억원까지도 내다본다”고 밝혔다.
시장은 아이온2가 과거 리니지식 과금에서 벗어나 진정한 게임성 중심의 글로벌 MMORPG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신뢰 회복이 엔씨의 경쟁력 재구축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