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고요한 물길”…예천에서 만나는 자연과 역사, 일상에 쉼표를
요즘은 날씨가 흐려도 여행길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많다. 구름이 짙게 드리운 예천의 풍경엔 오히려 차분함과 신비로움이 번진다. 사계절 내내 물길이 감싸안은 회룡포, 고즈넉한 용문사, 별빛 아래 밤을 보내는 우주 체험까지. 이 작은 고장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잠시 접고, 진짜 쉼을 마주하는 경험이 이어진다.
SNS에선 회룡포 산책 인증샷이 인기다. 잔잔한 내성천이 마을을 350도 휘돌아 흐르는 풍경, 은은하게 번지는 습도가 대기 너머로 뿌옇게 물들인 산과 마을, 그리고 비룡산 정상을 오르는 소소한 트레킹 기록이 쌓인다. 흐린 하늘은 예천의 자연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관광객들은 뿅뿅다리를 건너 벚나무 둑길을 걷거나, 소박한 산책로에 마음을 내맡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보여 진다. 코로나19 이후 전국 산책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가족 단위의 자연 체험 수요도 연령을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다. 여행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40대~60대 응답자들은 ‘관광지보다 자연 풍경을 품은 한적한 여행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쉼표 여행’이라 부른다. 한 관광 트렌드 칼럼니스트는 “지금은 여행에서 화려한 소비보단, 자연의 리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긴다. 구름이나 비, 흐린 풍경도 여행의 일부로 품는 태도가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는 중”이라고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조용했어요”, “용문사 한 바퀴 돌고 나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죠”, “별천문대에서 아이와 먼 은하수 찾다, 잠시 어릴 적 꿈을 떠올렸어요” 등 각자의 감성 여행이 겹쳐진다. 특히 예천천문우주센터에서의 별 관측 체험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무중력 체험과 1박 2일 별 여행도 색다른 일상 탈출로 떠오르고 있다.
작고 사소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감각, 흐린 날씨에 머무는 용기, 그리고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고장 예천에서 우리는 다시금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