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봉·임동혁 32점 역주행”…한국 배구, 아르헨티나에 아쉬운 1-3→세계선수권 도전 멈춰
필리핀 케손시티 실내 체육관의 밤은 팽팽한 긴장과 조용한 응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세트마다 치열한 랠리가 이어졌고, 선수들의 얼굴 위에는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 선명하게 내려앉았다. 허수봉과 임동혁이 32점을 합작한 투혼은 패배에도 굳은 아쉬움과 박수를 남겼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은 16일 2025 국제배구연맹 세계선수권대회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세트스코어 1-3(22-25 25-23 21-25 18-25)으로 패했다. 앞선 프랑스전 완패에 이어 2연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사라졌다. 한국 대표팀의 11년 만의 세계선수권 무대 도전은 이른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기 초반 한국은 6-9까지 밀렸지만, 허수봉과 임동혁의 파이팅이 벤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 선수의 연속 득점으로 15-15 동점을 만들었고, 임동혁의 백어택으로 한때 19-17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연속 실점으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는 차영석의 블로킹과 상대 실책을 끌어내며 흐름을 바꿨다. 18-18, 21-21로 맞선 접전 끝에 연속 2득점을 올리며 태극마크를 지켜냈다. 박빙 승부 속에 선수들의 간절함과 승부욕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순간이었다.
3세트 중반에도 14-14, 17-17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팔론스키가 네트 맞고 떨어지는 결정적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자, 연달아 3실점하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21-19 상황에서 비센틴의 폭발적인 직선 공격까지 이어져 세트 승부가 기울었다.
끝내 4세트에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아르헨티나가 19-16에서 공세를 몰아 연속 5점을 쓸어담으며, 세트 스코어 3-1 승리와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코트를 떠나지 않는 집중력으로 무대를 지켰으나, 승부의 여신은 등을 돌렸다.
허수봉이 17점, 임동혁이 15점을 올렸고, 아르헨티나는 쿠카르체프와 비센틴이 각각 20점, 18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수치와 기록이 냉정하게 남았지만, 묵묵히 버텨낸 동료애와 투지가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다.
한국은 오는 18일 핀란드와 마지막 예선 경기를 치른다. 이미 조별리그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되며 세계선수권 16강 진출 도전은 이번 대회에서 멈췄다. 그러나 코트에 남은 시간마다 보여준 포기 없는 땀방울은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씨앗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