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오요안나 상처 이중으로”…MBC, 기상캐스터 폐지→유족 눈물의 호소
엔터

“오요안나 상처 이중으로”…MBC, 기상캐스터 폐지→유족 눈물의 호소

조보라 기자
입력

추석의 햇살이 스며든 거리에서 오요안나의 이름이 또다시 무겁게 퍼졌다. 시민단체와 유족은 MBC 앞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열며 함께 손을 맞잡았다. 한 줄기 촛불 아래,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한층 선명했고, 오요안나의 아픔은 차갑게 되풀이됐다.

 

현장을 가득 메운 것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았다”는 지적 아래, 오요안나의 노동자성이 끝내 인정받지 못한 현실에 유족과 시민단체는 깊은 슬픔과 분노를 더했다. 공채 경쟁에서 탈락하면 해고당하는 현실, 폐지로 가려진 책임의 실체는 모두의 마음에 서늘한 파문이 돼 울려 퍼졌다. 

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는 같은 날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기상기후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전면적인 정보 전달부터 콘텐츠 제작, 취재, 출연까지 담당시키겠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고 오요안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곗바늘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오요안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직장 내 괴롭힘과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까지 남겼던 사건은 올해 내내 대중과 언론, 사회 모두에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유가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실 규명을 거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기상캐스터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사망 5개월 만에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 이어진 특별근로감독, 그리고 제도 변화까지. 오요안나의 짧았던 생은 사회의 질서를 깊이 뒤흔드는 계기가 됐다. 방송과 현장의 모든 시선이 ‘이 변화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되묻는 순간, 유족의 탄식은 “오요안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절규로 남았다.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 관련 MBC의 후속 입장은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공개 채용 추진과 함께 추가적으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조보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오요안나#mbc#기상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