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속 이병헌 처절한 변화”…박찬욱, 현실 몰입의 블랙코미디→지금 궁금증 폭발
찬란했던 일상의 문이 닫히는 찰나, 어쩔수가없다가 이병헌의 깊은 눈빛과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함으로 관객을 끌어당겼다. 한순간의 해고를 기점으로 펼쳐지는 만수의 변화는 평범한 우리의 하루를 그대로 닮았고, 그의 처절한 표정과 흔들리는 감정선은 스크린 너머 현장의 온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완벽을 꿈꾸는 선출, 진한 삶의 무게를 품은 범모, 따스하지만 날카로운 시조까지, 각기 다른 얼굴의 캐릭터들이 만수의 세계를 서서히 뒤흔든다.
어쩔수가없다는 어느 날 허망하게 회사를 잃은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재취업 전선에 나서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영화는 실직이라는 보편적 위기에서 시작해, 블랙코미디와 섬세한 드라마로 처절한 현실을 풀어가며 관객에게 먹먹한 공감과 반전의 몰입을 동시에 선사했다. 만수가 새롭게 마주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시험한다. 제지 회사 반장 선출(박희순)은 거칠면서도 치밀한 인간미를 뽐내고, 만수는 선출을 부러워하면서 불투명한 두려움과 시기를 느낀다. SNS로 비쳐지는 선출의 모습은 더없이 완벽하지만, 오히려 만수의 불안을 자극한다.

또 같은 업계의 베테랑 범모(이성민)는 지쳐가는 삶과 현실적 고민을 만수와 나누며 묘한 갈등을 낳고, 구두 가게 매니저 시조(차승원)는 정중함과 따뜻함, 때로는 뜻밖의 이면으로 만수의 일상에 복합적 울림을 더했다. 이를 두고 박찬욱 감독은 “각 인물들이 만수의 다양한 자화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밝히며, 평범하면서도 깊이가 남다른 캐릭터 구축에 대해 강조했다.
이병헌과 박희순의 강렬한 연기 호흡, 히로인들을 통해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감정의 흐름, 곳곳에 배치된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감각적인 연출이 한데 어우러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의 시선 아래 재정립되는 직장인의 얼굴에 관객들이 어떤 질문을 던질지 이목이 쏠린다. 어쩔수가없다는 9월 24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