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를 찾아라, 추억을 남겨라”…도심 속 추리극장 은평청년축제의 열기
요즘 도심 한복판에서 추리극 주인공이 되는 청년들이 늘었다. 한때 축제라면 대형 무대와 음악 공연만 떠올렸지만, 이제는 직접 둘러보고 단서를 모으는 장르 체험이 지역의 특별한 일상이 됐다. 작은 선택에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 은평청년축제의 주역이다.
2025년 9월 13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일대는 신비로운 미스터리 현장으로 변신한다. ‘아무도 모르는 축제’라는 이름 아래,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추리게임과 곳곳에 숨겨진 힌트를 찾는 재미 덕분에 누군가는 “내가 진짜 이야기 속 인물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현장에는 서부시대 슈퍼마켓과 무기고, 모자가게가 마련돼 있어 각각의 부스가 단서와 볼거리를 전한다. 또, 청년이 직접 기획한 캐릭커쳐, 타로, 키링 만들기 등 체험 부스에서는 참여자 모두가 ‘나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어 축제 현장이 한층 풍부해졌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지역 축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0~30대의 참여 비중과 만족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콘텐츠 다양성, 일상과의 접점, ‘셀프 경험’을 채워주는 축제에 매력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먹을 거리, 체험, 공연 등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직접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리형·참여형 축제에 대해 “청년문화의 핵심은 자유와 창조적 경험에 있다”고 분석한다. 축제·행사 트렌드를 연구하는 최유진 문화기획자는 “색다른 콘셉트와 몰입형 공간이 각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주고, 이 과정이 현대 청년의 자기표현 본능을 일깨운다”며 “실제 사회적 연결과 놀이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은 지역 브랜드와 소속감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올해는 진짜 현장에 가봐야겠다”, “다같이 추리하고 놀다 보면 친구도 금방 사귈 듯” 같은 목소리가 이어진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거나, 서부시대 푸드트럭에서 감자튀김을 맛보며 “여기가 바로 도심의 작은 영화 세트장”이라며 온몸으로 축제의 재미를 누리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결국 은평청년축제의 미스터리 추리 콘셉트는 단순한 흥미 그 이상이다. 각자의 개성과 열정, 그리고 창의적 시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일상의 리듬을 바꾸는 작은 기호가 된다. 축제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오감 가득한 기억과 새로운 친구, 그리고 “이런 게 청년답게 논다는 거구나” 하는 용기가 오래도록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