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희귀비만 신약, 2상 효과 입증”…LG화학·리듬, 글로벌 시장 노린다
먹는 신약이 희귀비만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LG화학이 개발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라이선스를 이전한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작용제 ‘비바멜라곤’이 시상하부비만증 환자 대상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경구 치료제의 상용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최근 시상하부 기능 저하로 인한 비만 치료용 신약 비바멜라곤 임상 2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12세 이상 희귀 시상하부비만증 환자 28명을 고·중·저용량과 위약군으로 나눠 14주간 경구 복용시킨 후 체질량지수(BMI)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용량군에서는 14주 만에 BMI가 9.3%포인트, 중용량 7.7%포인트, 저용량 2.7%포인트 줄어, 위약군(2.2%포인트 증가)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도 양호했으며, 주요 이상사례도 설사·오심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비바멜라곤의 작용 원리는 뇌 시상하부의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신호 경로를 활성화해 포만감 신호를 강화함으로써 식욕을 조절한다는 데 있다.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 형태라는 점은 기존 치료제 대비 복용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실제 리듬파마슈티컬스 측은 기존 주사제 ‘세트멜라노타이드’의 임상 결과와 유사한 효능을 경구제로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상하부비만증은 발생과 관리 모두에 난이도가 높은 희귀 질환으로 꼽히지만, 기존 치료제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신약의 경구제 전환은 환자 부담 감소와 복용 지속률 향상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혁신에 업계 관심도 높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규제 당국과 임상 3상 설계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제형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희귀비만 치료를 겨냥한 혁신 신약 개발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내분비학회 연례회의에서도 관련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경구 치료제 개발이 잇달아 발표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희귀질환 영역 글로벌 라이선스 전략을 공고히 하며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리듬파마슈티컬스와의 계약에 따라 이번 2상 성과로 선급금 일부(4,000만 달러)를 추가 수령할 계획이다. 향후 판매허가 승인,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지급, 판매 실적에 따른 로열티도 순차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 및 유럽 규제기관은 MC4R 신약의 빠른 상업화와 데이터 보완에 주목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추가 요구 사항 발생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결과를 “경구 희귀비만 치료 시장 개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업계는 “비바멜라곤의 상용화 여부,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가 희귀비만 혁신 치료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