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소명 부족"…법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김건희 오빠 구속영장 기각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대통령 가족 수사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핵심 피의자인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꺾였다는 평가와 함께 특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9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민중기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주된 혐의가 의심을 넘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선 피의자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건 혐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혐의 입증 수준과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동시에 문제 삼은 판단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과 배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와 시행사 ESI&D를 잇따라 경영하면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양평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약 800억원 매출을 올렸으면서도 허위 서류를 꾸려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 대가로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우환 화백 그림을 장모 자택에 숨겨두는 등 수사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그림 은닉 정황을 포함해 대통령 가족 관련 수사 전반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일부 증거 훼손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은순씨 요양원에서 발견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축하 편지를 자신이 찢었다고 시인하면서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장소에서 함께 발견된 경찰 인사 문건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것 같아 없애버렸다"고 인정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추가 증거인멸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같은 혐의를 받는 모친 최은순씨에 대해선 김씨와 모자 관계인 점과 범행 가담 정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세웠다. 최씨는 최근 특검에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범위는 가족과 사업 관련자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ESI&D의 개발부담금 면제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동업자 김충식씨를 지난달 31일 특가법상 국고손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도 같은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오는 26일 소환을 통보했다. 양평군이 공흥지구 사업과 관련해 개발부담금 부과를 면제하거나 축소하는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2일 공흥지구 관련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뒤 그달 10일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사망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A씨가 사망 전 김선교 의원의 보좌관을 두 차례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김 의원 측의 증거인멸 관여 여부를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좌관은 A씨 사망 이후 자신과 A씨가 만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을 확보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통신에서 "A씨와 지난달 4일과 8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회유나 증거 인멸은 전혀 없었다"며 "인권위 조사를 앞두고 증거를 확보하고자 CCTV 영상을 가져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 수사는 다소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지만, 개발부담금 축소 의혹과 증거인멸 정황에 대한 법적 판단은 향후 재청구 여부와 본안 재판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양평 공흥지구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 모두 향후 국회 일정과 연계해 대응 전략을 가다듬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