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임시정부 사료 100년 만에 조국 품으로”…홍영자, ‘한일관계사료집’ 기증 소회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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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현대사와 이민자의 애환 속에서 ‘임시정부 한일관계사료집’이 100년 만에 조국 품에 돌아왔다. 국가유산 기증자 홍영자 씨가 광복 80주년 특별전 현장에서 남편과 자신의 헌신을 되돌아보며 벅찬 감회를 전했다.  

 

2025년 10월 6일, 83세 재미동포 홍영자 씨는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 전시장을 딸 이혜정 씨, 조무제 목사와 함께 찾았다. 임시정부 발간 최초의 역사서 ‘한일관계사료집’을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증한 뒤 1년 4개월 만이었다.  

홍영자 씨는 미국 뮬런버그대 동아시아·소비에트 정치학 교수로 활동한 뒤 2023년 별세한 고 이순원 교수의 부인이다. 그는 “남편이 생전에 받은 소중한 선물을 이제야 제자리를 찾게 해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밝히며, 남편의 평생의 바람을 실천하게 된 데 감사의 눈시울을 붉혔다.  

 

4권 완질로 구성된 ‘한일관계사료집’은 1920년대 임시정부가 편찬한 희귀 역사서다.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의 침략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였으며, 춘원 이광수가 임시정부 사료편찬위원회 주임으로 참여해 남긴 서문도 주목된다. 이 사료집은 이순원 교수가 1970년대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 옌볜 동포들에게 성경책을 전달하며 선물로 받은 뒤 부부가 소중히 간직해왔다.  

 

홍 씨는 언론인 출신 조무제 목사의 도움으로 사료집의 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무상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우리 땅에서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는 남편의 뜻을 이루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서울 필동의 옛집, 영락교회 묘지, DMZ 전망대 등지를 찾아 가족사와 분단의 현실도 다시 마주했다. 그는 “고국 땅을 밟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몰라 가는 곳마다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홍 씨는 6·25전쟁 피난, 유년 시절 평양에 대한 그리움, 이민 초 미국에서의 고단한 삶 등 격동의 현대사를 직접 겪었다. 미국 정착 후에는 한인회 조직, 한글학교 운영, 한인 이민자 정착 지원 등 미주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왔다. 교회와 한인회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말미에서 홍영자 씨는 “대한민국은 피와 땀으로 세워진 나라다. 우리 것을 소중히 지키고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치권과 재외동포 사회는 홍영자 씨의 기증이 항일 유산의 의미를 계승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정부와 국회는 앞으로 국가유산 환수와 보전 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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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자#임시정부#한일관계사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