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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근시 급증” 근시성황반변성 경고 실명위험 부른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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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PC 사용이 폭증한 세대에서 눈 구조 자체가 변형되는 고도근시가 늘어나며, 노인성으로 알려진 황반변성이 20·30대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실명에 이르기도 해, 조기 진단과 정밀 영상검사가 디지털 시대 시력 방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과계는 특히 근시성 황반변성을 미래 세대의 대표적인 실명 위험 질환으로 보고 정기 검진 체계와 고위험군 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환자는 2020년 2046명에서 2024년 624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청소년기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실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근시 유병률이 높아졌고, 이 가운데 안구가 과도하게 길어지는 고도근시 인구가 확대되며 근시성 황반변성 발병이 가속하는 추세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의 시세포와 망막색소상피가 손상돼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왜곡되는 질환이다. 유형은 건성형과 습성형으로 나뉜다. 건성형은 망막색소상피의 대사 이상으로 생긴 노폐물이 황반에 축적되며 서서히 진행된다. 반면 습성형은 망막 아래 맥락막에서 비정상 신생혈관이 자라나 누출과 출혈을 일으켜, 짧은 기간 안에 심각한 시력저하를 유발한다.

 

고도근시는 안구 뒤쪽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거나 콘 모양으로 불룩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변화로 망막과 맥락막이 얇아지고 늘어나면서 황반 부위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고, 그 틈을 비정상 신생혈관이 파고들면 근시성 황반변성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근시 도수가 마이너스 6 디옵터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가 26밀리미터를 넘으면 고도근시로 분류돼, 황반부 변성 위험이 뚜렷하게 커진다.

 

근시성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중심부에 맥락막신생혈관이 발생하면 글자가 휘어져 보이거나 직선이 물결처럼 보이는 변형시, 중심 부분이 뿌옇게 가려지는 중심암점, 급격한 시력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는 이러한 변화를 근시로 인한 일시적 피로나 초점 흐림으로 착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젊은층은 황반변성을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시력에 특별한 불편이 없으면 정기 안과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쪽 눈에만 병변이 있을 때는 다른 눈이 보완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자각이 더디다. 그 결과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책 글자가 튀어 오르는 등 심한 변형시가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의들은 고도근시가 있다면 안구 구조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망막단층촬영인 OCT, 안저검사, 안구 길이 측정을 통해 황반 주변의 미세한 퇴행성 변화와 신생혈관 징후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갑작스럽게 시야 한가운데가 어둑해지거나 물체 중심부가 뚜렷하지 않을 때, 혹은 직선이 휘어 보일 때는 즉시 망막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고도근시로 인한 안구 길이 증가와 벽 얇아짐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법은 없다. 따라서 근시성 황반변성 관리의 핵심은 구조 변화로 생기는 합병증을 얼마나 일찍 포착해 시력 손상을 최소화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습성형 병변이 확인되면 나이관련 황반변성과 마찬가지로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이른바 antiVEGF 계열 약제를 안구 내부 유리체강에 직접 주사해 비정상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한다.

 

antiVEGF 주사는 신생혈관의 누출과 출혈을 줄여 부종을 가라앉히고, 남아 있는 시세포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환자마다 병변의 위치와 크기, 혈관의 활동성, 기존 시력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주사 간격과 총 횟수는 개인별로 설계된다. 근시성 황반변성은 전반적으로 병변이 비교적 작고 약물 반응성이 좋아, 나이관련 습성 황반변성에 비해 적은 횟수의 주사로 안정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된다.

 

다만 치료 시작 시점이 늦어져 황반 부위에 섬유성 반흔이나 위축이 진행된 이후에는 시력 회복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이미 망막 세포가 손실된 상태에서는 신생혈관을 차단해도 기능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과 전문가들이 정기 안저검사와 OCT를 통한 조기 발견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눈부담을 줄이는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장시간 스마트폰과 PC 사용 시 일정 시간마다 먼 곳을 보는 휴식, 충분한 실외 활동을 통한 자연광 노출, 독서 시 적절한 조도 확보와 30센티미터 이상 거리 유지 등은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꼽힌다. 특히 소아·청소년기 근시 관리가 성인기 고도근시와 황반 변성 위험을 줄이는 ‘선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안과계에 확산되고 있다.

 

라식이나 라섹 같은 굴절교정수술을 받았더라도 눈속 구조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당 수술은 각막 굴절력을 조정해 안경 없이도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줄 뿐, 안구 길이나 망막·맥락막의 퇴행성 변화를 교정하지 못한다. 과거에 고도근시였던 사람은 수술 후 시력이 좋아져도 근시성 황반변성, 망막열공, 망막박리 등 망막 합병증 고위험군에 남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기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예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황반변성은 전통적으로 노화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근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환경에서는 젊은층에서도 근시성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의는 특히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 나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황반 상태를 꾸준히 관리해야 실명 위기를 막을 수 있다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인 세대일수록 스스로 눈 건강을 ‘장기 투자 자산’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향후 OCT 기반 정밀 영상기술과 인공지능 진단 보조가 결합해, 젊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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