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터널링·에너지 양자화 규명”…클라크·드보레·마티니스, 차세대 정보기술 도약 이끈다
거시적 양자터널링과 전기회로 속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밝힌 연구가 미래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존 클라크(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미셸 드보레(예일대·UC샌타바버라), 존 마티니스(UC샌타바버라)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7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이들 공동수상자가 창출한 발견이 “양자 암호,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차세대 양자기술 발전의 결정적 열쇠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업계와 학계 모두 해당 결정을 21세기 정보산업의 전환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수상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초전도 회로에서 거시적 규모로 발현되는 양자효과와 회로 내 에너지의 양자화(Discrete Energy Level Quantization)라는 원리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는 기존 미시적 입자 차원에만 적용되던 양자역학이 집적회로나 센서 등 거시적 전자기기에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다. 예를 들어, 초전도 큐비트(quantum bit)를 구현할 때 양자터널링을 이용해 전류가 ‘벽’을 통과하는 특이 현상을 활용하며, 이 원리가 실용적 양자컴퓨터 개발의 기초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글과 IBM 양자컴퓨터에도 이 연구가 핵심 토대가 되고 있다.

기술적 차별성은 실제 회로 시스템에서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구분된 양자 단위로만 교환된다는 발견에 있으며, 이를 통해 정보 저장·전송 방식 역시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기존 반도체 기반 디지털 기술이 ‘0’과 ‘1’만 다룬 데 비해,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해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정보처리 능력이 기대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초전도체·고감도 센서 등 첨단 IT소자 개발 뿐 아니라 암호화·통신시장 구조에도 근본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은 양자정보과학(QIS)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 역시 국가 핵심기술로 양자컴퓨팅·센서 경쟁을 가속화하는 추세다. 최근 3~5년 사이 구글·IBM이 ‘양자우월성’을 입증하는 데도 이들 수상자 연구결과가 실질적 밑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노벨상 위원회는 “양자역학은 오늘날 산업·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에서 가장 근원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제도 분야에서도 각국 정부가 양자암호통신·초전도 소자의 표준화, 데이터보안 정책 등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에서는 양자기반 암호 알고리즘 도입을 앞당기고, 양자센서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는 등 시장환경 변화가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양자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의 실용적 재현이 가능해진 시점이야말로 IT·바이오 융합산업의 신성장축이 형성되는 계기”로 진단한다. 존 클라크 역시 수상 직후 “이 발견은 휴대전화 등 현대 디지털기술의 근본적 원리로 작용했다”며, 산업·응용 분야에서의 후속 혁신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노벨상 업적이 실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