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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정데레사, 산골 꽃밭에 피어난 모녀의 용기”…절망 견뎌낸 손길→새로운 삶에 스며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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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정데레사, 산골 꽃밭에 피어난 모녀의 용기”…절망 견뎌낸 손길→새로운 삶에 스며든 눈물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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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닿는 깊은 산골, 경북 영천의 한 집에는 세월을 품은 어머니 김정순과 그의 딸 정데레사가 나란히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인간극장’의 카메라는 미국 이민의 험로와 아이들의 성장,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국에서 시작된 두 모녀의 동행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짧은 결혼생활 뒤 이룬 이민,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이어졌던 지난 세월은 정데레사에게 버겁고도 단단한 어머니로 성장할 시간을 안겼다.

 

하지만 아들들이 어른이 돼 각자의 삶을 살아가자, 정데레사는 문득 멀리 떨어져 살아온 어머니 김정순의 곁을 찾았다. 함께 모였지만 긴 이별이 남긴 어색함과 낯섦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모녀는 영천 산골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은 집 두 채를 짓고 각자의 삶의 리듬을 지키며, ‘따로 또 같이’ 살아가기로 선택했다. 낯선 시골에서의 삶은 꽃농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의미했고, 정데레사는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들과 마당을 누비는 동물들을 돌보며 마음의 중심을 잡아갔다.

“슬픔을 이겨낸 꽃밭”…‘인간극장’ 정데레사, 산골 어머니와의 동행→시련 넘어선 일상
“슬픔을 이겨낸 꽃밭”…‘인간극장’ 정데레사, 산골 어머니와의 동행→시련 넘어선 일상

그러던 중 들이닥친 비극. 멀리 미국에 남겨둔 큰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6살, 꿈 많은 나이의 아들을 잃고 정데레사는 슬픔 속에 잠겼다. 깊게 드리워진 눈물과 자책, 세상과 단절된 시간들에 어머니 김정순은 말없이 딸의 곁을 지켰다. 자식을 먼저 보낸 하염없는 슬픔 속에서, 모녀는 더욱 깊은 산골로 들어갔다. 척박한 돌밭을 일구며 오두막과 비닐하우스 하나하나에 손때를 묻힌 정데레사는 꽃이 피고 새 생명이 돋아나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다시 삶의 의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웃들의 온정과 소박한 인연도 큰 힘이 됐다.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 꽃시장에 꽃을 내다 나르고, 소소한 잔치와 막걸리 한 잔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영천 산골은 어느덧 모녀에게 치유의 터전이자, 사람 향기를 배우는 삶의 학교였다. 시간이 흘러두 사람은 서로의 거리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무거웠던 슬픔도 서서히 시간의 강을 따라 묻혔다.

 

마을회관에서 물을 얻고, 해충 피해에 꽃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며, 닭장 소독까지 손수 해내는 하루는 여전히 고단하다. 하지만 가장 큰 기쁨은 어머니와 나란히 걷는 들길, 흙을 만지며 피어나는 작은 꽃의 힘에서 비롯된다. 팔순을 넘긴 김정순의 손길과, 상실을 딛고 일어선 정데레사의 삶은 조용히 견디는 꽃 한 송이의 강인함을 닮았다.

 

‘인간극장’은 두 사람이 일상의 상실과 절망,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어떻게 품고 피워내는지 한 걸음 한 걸음 비춘다. 모든 슬픔을 꽃으로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는, 다시 살아가는 용기와 따뜻한 공감으로 이어진다. 이 감동적인 사연은 9월 17일 화요일 아침 7시 50분, ‘인간극장’을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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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데레사#인간극장#김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