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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셈 효과로 분위기 반전”…흥국생명, 김연경 은퇴 고민→새 시즌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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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셈 효과로 분위기 반전”…흥국생명, 김연경 은퇴 고민→새 시즌 바람 부나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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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가슴 탁 트이는 긴장감이 흘렀다. 김연경의 빈자리가 전하는 묵직한 질문 앞에서, 흥국생명은 생경한 도전의 문을 열었다. 뜨거운 우승의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 라셈이라는 새 얼굴이 핑크빛 물결을 이끌 적임자로 자리매김했다.

 

2024-2025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은 미국 국적의 한국계 3세 레베카 라셈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차지한 구단에겐, 김연경의 은퇴라는 예고 없는 이별은 곧 리빌딩의 출발점이었다. 드래프트 현장은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 찼고, 라셈을 향한 선택에는 구단의 달라진 의지가 담겼다.

“라셈 첫 선택”…흥국생명, 김연경 은퇴 후 리빌딩→성적·흥행 기대 / 연합뉴스
“라셈 첫 선택”…흥국생명, 김연경 은퇴 후 리빌딩→성적·흥행 기대 / 연합뉴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투트쿠 부르주와의 재계약을 두고 고민하던 흥국생명은 라셈의 국제 경험, 속도감 있는 공격력, 그리고 강한 멘털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의 전술과 라셈의 플레이가 잘 어우러질 것으로 기대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흔들림이 없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연경의 조언이 라셈 영입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김연경은 구단 및 감독 미팅에 직접 참여해 라셈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진 역시 라셈이 전력의 중심축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김연경의 은퇴로 흥국생명은 자연스레 전력 변화를 맞았다. 내부 자유계약선수 4인을 잔류시키며 뒷심을 다졌고, 미들 블로커 이다현을 영입해 중앙에 두께를 더했다. 이어 아시아 쿼터 선수 피치와의 재계약을 성사시키며, 선수단 누수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공격진에선 정윤주, 김다은, 김미연, 최은지가 김연경의 공백을 메운다. 반면 라셈은 데뷔 시즌 아쉬움을 딛고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MVP에 오르며 눈부신 성장을 입증했다. 빠른 공격 전환과 트렌디한 경기 스타일이 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지 기대를 모은다.

 

라셈 영입이 확정된 직후, 흥국생명 구단 SNS에는 수천 건의 ‘좋아요’가 몰리며 새 시즌에 대한 팬들의 열기가 한층 더해졌다. 댓글 창에는 "김연경 없는 시즌, 라셈과 함께 다시 한번 상승세를"이라는 응원이 줄을 이었다.

 

이제 흥국생명은 중앙의 김수지, 이다현, 피치의 조합과 라셈의 합류로 기존 주전 멤버들의 시너지에 나선다. 챔피언결정전 2연패와 1강 체제 유지는 물론, 리빌딩의 진정한 완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겨눈 셈이다.

 

팬들에게 남는 물음은 김연경 없이도 흥국생명의 핑크 열풍이 계속될 수 있을지다. 변화와 도약의 기로에서, 라셈을 필두로 한 팀의 새로운 서사는 한국 여자배구에 또 하나의 계절을 예감케 한다.

 

숫자로 마음을 다 잴 수는 없지만, 기록의 뒤편에는 언제나 지난 계절을 품은 간절함이 깃든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핑크빛 리빌딩의 정답은, 빈자리를 향한 도전과 새로운 희망의 환호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흥국생명이 펼칠 새 시즌의 서사는 다가오는 코트 위에서 조용히 시작될 예정이다.

송다인 기자
#흥국생명#김연경#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