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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결탁에 한국 외교 경고등”…APEC 한미중 외교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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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결탁에 한국 외교 경고등”…APEC 한미중 외교전 주목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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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러시아가 베이징에서 보여준 결속이 한국 외교의 예민한 이해 충돌 지점에서 재차 확인되며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과 4일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실마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59년 이후 66년 만에 한 무대에 올라 새로운 ‘반서방 연대’ 구도를 내보였다. 세 국가는 핵보유국 지위, 반미 기조 등 공통 분모를 공유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실질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한층 더 우려를 자아냈다. 양국은 과거 정상회담 때마다 비핵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왔으나, 이번엔 해당 표현이 빠졌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중국의 ‘북핵 불용’ 기조에도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애초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한국과 미국이 대화 채널을 열어두려는 가운데 북한이 ‘울타리 밖’으로 나오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직접 만남을 가진 후, 중국이 북한 핵에 사실상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이 더해지면서, 비핵화 협상 전망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는 진단이다.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확실한 배후로 삼으면서 앞으로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나올 이유가 더 줄었고, 대화가 시작됐을 때도 의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군축·안정적 공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요한 외교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공식 참석을 확약하진 않고 있으나, 외교계에선 양측 모두 자리를 함께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에 따라 한중정상회담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북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언급은 피했으나 한반도 사안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 의지는 엿보였다는 평가다.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다면 미중 정상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분쟁, 전략경쟁 등 외에도,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지 여부도 이목을 모으고 있다. 두 정상이 대북 메시지를 일치된 방향으로 제시할 경우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유도하는 외교적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북중러 정상의 결속 이후 한반도 안보 구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본다. 정부는 경주에서의 정상외교 채널을 적극 활용해 한반도 안정화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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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시진핑#ap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