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기후 위기 인간” 붕괴 앞의 아이들→한밤의 절규, 지구가 전하는 마지막 신호
바닷물이 젖어드는 교실, 불타오르는 산촌, 그리고 무너진 가족. KBS1 ‘다큐 인사이트-기후 위기 인간’ 1부 ‘성난 물과 불’은 아픔이 일상이 된 삶의 기록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선으로 비춘다. 작은 섬의 소년 제이크가 차가운 바닷물을 헤치며 등굣길을 걷고, 라자스탄의 미나는 쓰라린 대지를 걷는다. 더 이상 재앙은 익명의 타인을 위협하는 이름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일상에 파고드는 숨결임을 카메라는 반복해 상기한다.
필리핀 바타산의 물에 잠긴 교실에서는 책상 하나가 아이들의 유일한 안식처다. 제이크가 바라는 소박한 꿈조차 깊은 물에 잠긴다. 인도 라자스탄에서는 긴 물길을 따라 소녀 미나가 울퉁불퉁한 사막 위를 묵묵히 걸으며, 그 걸음마다 메마른 땅의 한숨도 덧입혀진다. 아이들은 평범한 공부조차 희망할 수 없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 밀려드는 수많은 기후난민들의 눈빛, 강과 바람이 쓸고 간 뒤에 남은 도시의 고요함은 곧 거대한 상실의 무게를 담아낸다. 알래스카의 마을에서는 깨어나는 영구동토와 미지의 위험이 신음하듯 지구를 흔든다. 산불, 홍수, 무너지는 빙하와 산사태까지. 한때는 단순한 뉴스였던 재해들이 어느덧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침입한다.
스위스의 마을, 경북의 산림, 스페인 숲에 새겨진 검은 흔적들은 짙은 탄식과 함께 인간이 쌓아온 지난날의 책임을 묻는다. 데이터 속에서 이미 예견된 미래처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의 ‘메타어스’ 프로젝트는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이제 사라져가는 집과 교실, 꿈과 터전의 풍경은 멀리 떨어진 이웃의 비극이 아닌 우리의 거울이 된다. 기후 위기 현장에서 들려오는 간절한 하루와 깊은 상실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로 남는다.
‘다큐 인사이트-기후 위기 인간–성난 물과 불’은 2025년 9월 25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세상의 끝에서 울리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시청자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