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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사한 한국인 의용군”…정부, 첫 사망 확인과 장례 참여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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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한국인 의용군 사망이 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 등을 통해 제기된 전사설을 두고 진위를 가려온 외교 당국이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한국인의 희생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우리 시간 기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전 중 사망한 우리 국민 1명의 장례식이 현지 시각 25일 키이우에서 개최됐다"고 말했다. 장례식에는 주우크라이나 한국 공관 영사가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정부는 사망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50대 김모 씨로, 지난 5월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김 씨의 전사 사실과 장례 일정 등을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AFP통신은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태극기가 덮인 관 앞에 우크라이나 군인이 무릎을 꿇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했다. AFP통신은 당시 사진 설명에서 "전사한 한국인 의용군의 관에 장병들이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속 관이 한국인 의용군 김 씨의 것으로 추정되면서, 현지에서 먼저 전사 사실이 알려지는 흐름이 형성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인이 의용군 형식으로 참전했고 일부가 전사했다는 주장은 그간 러시아 정부 당국자 발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신원 확인과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며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쟁 지역 특성상 현지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점도 공식 확인이 늦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유가족에게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해 처리 방식과 국내 송환 여부, 유가족 지원 범위 등에 대해서는 "유가족 의사와 현지 사정을 종합해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해당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여행금지 조치를 유지해 왔다. 여행금지 지역에 무단 입국해 전투에 참여할 경우 여권법 등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의용군 참전 문제는 법적 쟁점과 외교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다만 실제 전투에 참여한 한국인 규모와 전사·부상 인원 등 구체적 현황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비정규 형태로 활동한 만큼,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망 확인을 계기로 정부가 자국민의 분쟁지역 참전 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과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터로 향하는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인도주의적 동기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책임과 안전 보장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당분간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유가족 지원과 관련 절차를 이어가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와 자국민 보호 대책을 지속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향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분쟁지역 자발적 참전 문제와 정부의 대응 원칙을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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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우크라이나#한국인의용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