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휴전 직격탄”…중동발 유가 12% 폭락→세계 시장 불확실성 증폭
한여름을 앞둔 뉴욕 상업거래소의 전광판에는, 검은 파도가 빠르게 밀려들 듯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급락하는 장면이 서늘하게 펼쳐졌다. 8월물 WTI 선물은 하룻밤 사이에 7.2퍼센트 빠진 68.51달러를 기록했고, 중동의 불길했던 긴장감은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 풍경 뒤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오랜만에 맺어진 ‘휴전’이라는 희소한 평화의 단어가 있었다.
이날 국제 유가 시장의 급락에는, 미국과 이란 군사 충돌 우려의 그림자가 한 꺼풀 벗겨진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 최근까지 이란의 보복은 미군 기지 등에 그쳤고, 시장을 압박하던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WTI 가격은 이란발 보복 공습 이전 수준인 배럴당 65달러 근방으로 회귀했고, 런던 ICE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7.2퍼센트 하락하며 71.48달러를 기록했다.

이 결정적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묵이 감도는 새벽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남겼다. 이 평화의 서약은 세계 금융 시장의 긴장 실타래를 단숨에 풀어냈고, 투자자들은 위험을 경계하던 손을 잠시 내려놓았다. 다만, 월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이 될 경우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터였다. HSBC가 예견했던 ‘80달러 위협’은 휴전의 바람 앞에 조심스럽게 주춤거렸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거둬들여지지 않았다. 지정학적 위험은 언제든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는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중동, 그 부드럽고 팽팽한 모래 위 외교의 줄다리기 한가운데에서, 세계는 다시금 유가의 향방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은 평화의 기운이 가라앉은 듯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지정학의 파도에 민감하게 출렁인다.
국제 사회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며, 각국 에너지 정책과 아시아의 제조업, 유럽의 운송 산업까지 이번 변동의 숨은 영향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원유 수입국 경제는 한동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지만, 중동이라는 예민한 심장에 놓인 평화의 무게는 여전히 묵직하다. 시장은 여전히 누군가의 ‘한마디’와 하늘을 가르는 폭격기 한 대에 따라 또다시 출렁임을 예고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