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핑과 턴제 리메이크” 네이버·넷마블, 구글플레이 석권
인공지능과 구독형 경제가 모바일 생태계 주류로 떠오르는 가운데 구글플레이가 올해를 대표하는 앱과 게임으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선정했다. 비대면 소비와 멀티플랫폼 게임 이용이 일상화된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 IT·게임 기업들이 플랫폼 경쟁의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AI 쇼핑과 턴제 롤플레잉 게임 경쟁 구도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구글플레이는 19일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앱과 게임을 종합해 올해를 빛낸 수상작을 발표했다.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평가, 서비스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국가별 수상작을 선정하는 연례 행사다. 올해 한국 시장의 최고 영예인 올해의 베스트 앱으로는 네이버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올해의 베스트 게임으로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리버스가 이름을 올렸다.

앱 부문에서는 네이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올해의 베스트 앱을 비롯해 올해를 빛낸 확장현실 앱에 치지직 XR, 올해를 빛낸 엔터테인먼트 앱에 네이버웹툰이 선정되면서 3개 부문을 석권했다. 검색과 포털을 넘어 커머스, XR, 콘텐츠까지 생활형 플랫폼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수상 결과에 반영된 셈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이용자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구독과 구매 경험을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한 통합 쇼핑 플랫폼이다. 쇼핑과 멤버십, 콘텐츠 구독 등 분산돼 있던 결제와 이용 흐름을 묶어 편의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용자 선호를 학습한 인공지능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접목해 개인별 맞춤형 상품 제안을 강화했다. 출시 8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고 9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하면서 구독형 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확장현실 부문 수상작인 치지직 XR은 삼성전자 갤럭시 XR 등 신형 가상현실 헤드셋 환경에서 라이브 방송과 영상 콘텐츠를 몰입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헤드트래킹과 공간 오디오 같은 XR 기능을 활용해 시청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다른 현장감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를 선보이면서 텍스트 기반 연재 플랫폼을 영상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진화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앱들도 주요 수상작에 올랐다. 카카오가 선보인 온디바이스 기반 AI 메이트 카나나는 일정 관리와 대화, 그룹 활동 지원 등을 통해 개인과 커뮤니티의 일상을 돕는 일상생활 앱으로 선정됐다.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기기에서 직접 추론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구조를 채택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고 응답 지연 속도를 낮춘 점이 특징이다. 디로그는 짧은 시간 투자로 하루의 활동을 기록하면 AI가 이를 요약하고 관심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자기계발 앱으로 꼽혔다. 개인 데이터 기반 요약과 추천 기능이 결합된 형태로, 기록 습관 형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구성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게임 부문에서는 넷마블이 6년 만에 올해의 베스트 게임을 다시 거머쥐었다. 수상작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장기 흥행 IP인 세븐나이츠를 턴제 전투 구조와 현대적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원작의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 전투 시스템을 계승하되 턴제 설정과 연출을 강화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 점이 주목받았다.
세븐나이츠 리버스는 출시 당일 7시간 만에 국내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고, 출시 5일 만에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9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태국과 홍콩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 성과도 확보했다. 구글플레이는 턴제 설정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전투 구조 변경과 세밀한 난이도 설계를 통해 게임플레이 환경과 사용자 만족도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수집형 RPG 특유의 성장 피로감과 과금 압박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밸런스를 튜닝한 점이 수상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수상으로 넷마블은 2017년 리니지2 레볼루션, 2019년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에 이어 세 번째 올해의 베스트 게임을 기록했다. 대형 MMORPG를 중심으로 구축해온 레볼루션 시리즈의 성공 경험이 리메이크 기반 IP 확장 전략으로 이어지면서, 국내를 넘어 동남아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멀티 디바이스와 PC 중심 대작 게임 영역에서도 국내 게임사들이 성과를 냈다. 올해를 빛낸 멀티 디바이스 게임에는 엔씨소프트의 저니 오브 모나크가 선정됐다. 모바일과 PC 등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계정과 진척도를 공유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플랫폼 간 경계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올해를 빛낸 PC 게임 부문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2021년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2022년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2023년 일본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고 올해 4월 글로벌 지역까지 확대했다. 지난 6월 서비스 4주년을 맞아 프리스트 직업군을 확장하는 신규 전직 클래스 새크리파이스를 선보이면서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재탈환했다.
경쟁 게임 부문에서는 레벨 인피니트의 델타포스가 선정됐다. 전통적인 밀리터리 슈팅 게임에 배틀로얄 요소와 크로스플레이 기능을 결합해 e스포츠형 경쟁 구조를 구현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층이 성장하면서 PC·콘솔·모바일 간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 게임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도 확인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개발사들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크러쉬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올해를 빛낸 캐주얼 게임으로 선정됐다. 라그나로크 IP를 퍼즐과 수집형 요소를 결합한 라이트한 게임성으로 재구성해 동남아 이용자층을 확보한 사례로 풀이된다. 인도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쿠키런 인디아 런닝 게임이 올해의 베스트 게임과 올해를 빛낸 캐주얼 게임 2관왕을 차지했다. 현지 문화 요소와 러닝 장르를 결합한 접근 방식이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인도 공략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미국에서도 올해를 빛낸 PC 게임으로 선정됐고, 저니 오브 모나크는 대만에서 동일 부문 수상작에 올랐다. 한국 게임사들이 동일 IP를 모바일과 PC로 병행하며 지역별 맞춤 운영 전략을 펼치는 멀티플랫폼 모델이 글로벌에서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대형 MMORPG와 IP 기반 캐주얼 게임이 동남아와 인도, 북미 등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포지셔닝으로 성과를 내면서 디지털 콘텐츠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신경준 구글플레이 한국 파트너십 총괄은 2025년을 AI가 사용자의 일상을 선제적으로 돕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허물어진 멀티플랫폼 환경이 보편화된 시점으로 설명했다. AI 기반 추천과 자동화 기능이 기본 탑재된 앱과 게임 서비스가 주류로 자리잡었고, 클라우드와 계정 연동을 기반으로 한 멀티 디바이스 경험이 사실상 표준이 됐다는 인식이다.
신 총괄은 또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 개발사들이 선도하며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도화된 AI 기술과 IP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구글플레이 같은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권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상 결과가 AI 기반 생활 플랫폼과 멀티플랫폼 게임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지, 나아가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