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흐린 하늘 아래 걷는 정원”…서해안 보령 명소의 운치, 일상에 쉼표를 더하다
라이프

“흐린 하늘 아래 걷는 정원”…서해안 보령 명소의 운치, 일상에 쉼표를 더하다

조현우 기자
입력

요즘처럼 흐린 날, 일부러 보령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쨍한 햇살 대신 뿌연 하늘 아래 바다와 숲을 거니는 순간이, 어느새 일상이 돼간다. 대로를 벗어나면 서해안 특유의 여운이 뒷맛처럼 남는 걸 느껴본 사람들은 이 고요함에 다시 끌린다고 말한다.

 

17일, 보령에는 남풍이 불고 습도를 머금은 구름이 잔잔하게 하늘을 덮었다. 이런 날씨는 오히려 보령 명소들의 진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먼저, 죽도 상화원에서는 전통 한옥과 정원이 엷은 안개 사이로 드러나며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서해의 너른 수평선이 고즈넉한 정원과 겹치며 감성을 자극한다. SNS에서는 “누가 뭐래도, 흐린 날의 죽도 상화원이 제일 예쁘다”는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령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령

먹거리를 찾는다면 천북굴단지가 빠질 수 없다. 가을철, 비가 내리는 바닷가 마을 특유의 습기와 갯내음을 속삭이며, 굴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바다에서 바로 건져온 굴과 따뜻한 국물로 몸과 마음이 풀린다”는 반응도 있다. 잘 정비된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 덕분에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어렵지 않게 찾는다.

 

숲의 숨결을 원한다면 보령무궁화수목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성주산 자락에 기대어, 도심과는 또 다른 투명한 공기가 감돈다. 무궁화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과 보령목재문화체험장, 숲하늘길 같은 자연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여유롭게 걸으며 자연스레 힐링된다”, “숲길이 쾌적해 산책하기 좋다”는 방문객의 평이 이어진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자연 친화적 명소를 찾는 방문객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심리학자 김유진은 “자연 근처에서 보내는 시간은 쌓인 피로와 일상의 무력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흐린 날의 산책은 마음을 정돈하고 휴식 감각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눈길을 끈다. “맑은 날보다 운치 있다”, “낮은 하늘 아래에서 힐링한다”는 공감 글들이 많다. 실제로, 흐린 날 보령 명소를 다시 찾는 이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오히려 더 편안하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작고 사소한 기상 변화에도, 보령의 풍경과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흐린 날 머문 기억이 일상에 불현듯 작은 쉼표처럼 자리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조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보령#죽도상화원#무궁화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