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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옆 골목, 산책길에 쉼표를”…종로에서 찾는 도심 속 여유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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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심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전까진 서울 속 번잡함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고요한 풍경과 맛있는 한 끼로 일상을 환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각자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작은 쉼표를 찍는 새로운 선택이 담겨 있다.

 

서울 종로구를 걷는 이들의 발길 아래, 이야기와 풍경이 교차한다. 경복궁역 인근엔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어우러지는 샤브샤브 전문점이 골목의 활력을 더한다. ‘샤브로21 경복궁’에 들린 이들은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라 느꼈고, 한 끼를 든든하게 챙기려는 직장인이나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다.

청계천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청계천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반면 부암동 언덕에 자리한 ‘레이지버거클럽’에서는 북악산 풍경이 창 너머로 쏟아진다. 산책을 즐긴 뒤 넓은 창가에 앉으면 신선한 수제버거의 풍미와 여유로움이 만나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일부 방문객은 “그저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쉬어진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도심 여행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2인 소규모 방문객, 동네 산책 겸 문화 공간을 찾는 ‘리틀 트립’ 수요가 높아졌다.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윤동주문학관 역시 깊은 인상을 남는다. 버려진 수돗가압장과 물탱크 자리에 들어선 이 공간에서, 방문객은 시인의 짧은 생애와 시구를 천천히 곱씹는다. 인왕산 바람 소리 속에서 “문득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렸다”는 감상도 들려온다.

 

삼청동 골목에는 ‘츄로101 삼청점’이 14년 연속 블루리본에 오른 명성만큼 늘 긴 줄이 이어진다. 즉석에서 튀겨내는 츄러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곁들이며 “이 길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확행이 있다”는 소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흐리는 흐름”이라 본다. 퇴근 후 잠시 고궁 옆을 걷거나, 산책 끝에 문학관을 들르고, 여유롭게 브런치와 디저트를 즐기는 일이 특별하지 않게 됐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도 주말마다 종로 한 바퀴 걷는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코스”라는 공감이 SNS에 이어진다. ‘나만의 서울’을 발견하는 즐거움, 일상 한 켠에 작은 행복을 더하는 리듬이 번지고 있다.

 

종로의 골목과 공깃바람, 곳곳의 맛집과 문학관은 더 이상 과거의 풍경이 아니다. 무엇이든 스쳐갈 수 있는 도시에서, 작지만 확실한 선택으로 내 하루가 조용히 채워진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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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윤동주문학관#레이지버거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