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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념이 만든 2-0 완승”…벤치치, 윔블던 4강행→45년 만의 대기록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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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념이 만든 2-0 완승”…벤치치, 윔블던 4강행→45년 만의 대기록 도전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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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윔블던 18번 코트, 발코니 위 한 가족의 시선이 경기장을 환하게 물들였다. 벤치치는 코트에서 앞선 투지로 땀을 흘렸고, 관중석에서는 어린 딸 벨라가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가족의 응원이 더해진 선수 벤치치의 모습은 이날 윔블던을 찾아온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4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벨린다 벤치치가 세계 랭킹 7위 미라 안드레예바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으며 준결승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16강전에서도 19위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를 2-0으로 물리쳤다. 시즌 초 투어 복귀 당시 랭킹 489위에서 시작했던 벤치치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이번 대회 4강 진출로 랭킹 20위권 진입까지 바라보게 됐다.

“10대 돌풍 잠재우고 4강행”…벤치치, 윔블던서 2-0 완승 / 연합뉴스
“10대 돌풍 잠재우고 4강행”…벤치치, 윔블던서 2-0 완승 / 연합뉴스

벤치치는 지난해 4월 딸 벨라 출산을 위해 잠시 선수 생활을 멈춰야 했다. 복귀 후 호주 오픈 16강, 아부다비 오픈 우승 등 점차 기량을 회복했고, 결국 윔블던에서 10대 강호 안드레예바를 여유 있는 기량으로 꺾어내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서는 벨라와 함께 훈련장에 입장하며 ‘엄마 선수’로서의 특별한 서사를 그리고 있다.

 

경기 후 벤치치는 "엄마로서의 삶이 먼저다. 오늘 경기를 벨라가 직접 지켜봐줘서 꿈만 같았다"며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벨라와 피트니스 코치인 남편 마르틴 흐롬코비치의 동행에 대해 "가족이 곁에 있기에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결승 무대부터는 대회 규정에 따라 딸 벨라와 남편의 경기장 입장이 제한된다. 남편이 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벤치치는 "딸이 최우선이고 남편이 곁에 있어 고맙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재차 드러냈다.

 

이번 윔블던 준결승 진출은 벤치치에게 2019년 US오픈 이후 약 6년 만의 메이저 4강행이다. 만약 벤치치가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1980년 이본 굴라공 이후 45년 만에 육아 선수의 윔블던 정상 등극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탄생한다. 팬들은 이미 벤치치의 뚝심과 가족애에 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던져지는 라켓 대신 두 손 가득 안긴 딸을 품에 안은 벤치치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남겼다. 준결승에서는 세계 4위 이가 시비옹테크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벤치치의 또 다른 이야기는 윔블던 코트 위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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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치#윔블던#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