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에 동양고속 상한가…저PBR 자산주에 재평가 기대

신유리 기자
입력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이슈가 구체화되면서 동양고속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간 저PBR과 부진한 수익성으로 저평가돼 있던 종목에 재개발 기대와 자산가치 재평가 스토리가 더해지며 단기 매수세가 집중되는 구도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핵심 부지 개발이 동사의 인프라 자산 가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면서도, 소형 테마주의 급등 뒤 되돌림 위험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9일 오전 장중 기준 동양고속 주가는 9,320원으로 전일 대비 29.99% 급등했다. 전일까지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던 종목이 하루 만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한 달 누적 수익률은 약 21% 상승으로 돌아섰다. 장중 거래량은 약 37만주로, 최근 한 달 평균 약 3만7,000주, 6개월 평균 약 2만5,000주를 크게 웃돌아 단기 테마성 수급이 강하게 유입된 모습이다.

동양고속[08467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동양고속[08467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보면 10월 20일부터 11월 18일까지 동양고속은 7,710원에서 7,000원대 초반까지 완만한 조정을 거치며 한때 약 7% 하락한 상태였다. 이 기간 장중 고가가 9,000원대 초반까지 열렸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위로는 매물 부담, 아래로는 7,000원 안팎 저가 매수세가 맞서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19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보도가 구체화되자 상한가를 기록했고, 6개월 기준으로도 20%대 초반 상승률을 나타내며 전저점 대비 반등 구간에 들어섰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기관의 주도적 매수보다는 저유동성 종목 특유의 얇은 호가 구조 속에서 개인 매매가 누적된 양상이 두드러진다. 직전 일주일인 11월 11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은 약 4,900주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10여주 수준의 소폭 순매도를 기록해 뚜렷한 매수 주체로 보기는 어렵다. 재개발 이슈가 부각된 19일에는 기존에 얇게 깔려 있던 물량 위로 개인 중심의 추격 매수가 몰리며, 수급보다는 뉴스 모멘텀이 가격을 끌어올린 전형적인 테마 상한가 패턴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를 보면 동양고속은 렌터카·여행·운수 등으로 분류되는 롯데렌탈·쏘카·AJ네트웍스·레드캡투어 대비 시가총액 269억 원 수준의 소형주다. 19일 기준 동양고속이 29.99% 급등한 반면 롯데렌탈은 0.77%, 쏘카 0.09%, AJ네트웍스 5.27%, 레드캡투어 1.67% 상승에 그쳐 당일 변동성은 사실상 동양고속과 천일고속 등 일부 재개발 관련주에 집중됐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1,664위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1.05%로 동종 업계 평균 4~8%대에 비해 낮아 글로벌 자금보다는 내수·개인 중심 매매 구조가 형성된 상태다.

 

재무와 밸류에이션을 보면 동양고속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1,044억 원, 2023년 1,200억 원, 2024년 1,217억 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2년 -112억 원, 2023년 -3억 원, 2024년 -15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 기조다. 2024년 순이익도 -167억 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연간 기준 -1% 안팎,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대 중후반으로 수익성 지표는 부진한 편이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 PBR이 0.4배대에 머물러 보유 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된 전형적인 저PBR·자산주 성격을 보인다. 부채비율은 200% 안팎으로 레버리지 부담이 적지 않고, 당좌비율도 10%대 중반 수준이라 유동성 관점에서 보수적 관리가 요구된다. 증권사 컨센서스와 목표주가가 제시돼 있지 않아, 현재 주가는 재개발 기대와 자산가치 재평가 시각이 직접 반영된 수준으로 해석된다.

 

이번 상한가의 직접적인 촉매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발표다. 서울시는 신세계백화점 자회사인 신세계센트럴시티를 해당 부지 재개발 사전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최고 60층 내외 주상복합과 문화·편의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지상에는 주거·상업·문화시설이, 지하에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주차장이 들어서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터미널 운영사 및 고속버스 운송 사업자가 잠재적인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이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재개발 이슈를 단순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넘어 동양고속이 보유한 터미널·차고지 등 교통 인프라 자산 가치 재평가 계기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장부가액 대비 시장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저PBR 종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며 동양고속도 자산주·밸류업 관련주로 편입되는 흐름을 보였다. 강남권 핵심 거점의 실질적인 재개발 계획이 더해지며 자산가치와 사업 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단기에 폭발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본업인 운송 사업에서도 체질 개선 조짐이 감지된다. 동양고속은 전국 고속버스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육상운송 사업자로, 고속·시외·전세버스 운송과 더불어 마산·아산·평택 등 주요 거점에 터미널과 정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분기 300억 원 안팎에서 크게 변동이 없지만, 2024년 일부 분기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며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 회복과 비용 관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아직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재개발 기대와 별개로 본업 실적 개선이 동반돼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테마·수급 관점에서 동양고속은 전형적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관련주이자 고속버스·육상운송·내수 여행 테마가 겹친 종목으로 분류된다. 이번 급등은 개별 공시보다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이라는 단일 이슈에 기반한 테마 장세 성격이 강하다. 거래량이 평소 대비 수십 배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실적·펀더멘털보다 재개발 진행 속도와 추가 뉴스 흐름이 주가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일 업종 비교에서는 장단점이 동시에 부각된다. 매출과 영업 규모 측면에서는 롯데렌탈·AJ네트웍스·레드캡투어 등에 비해 영업 기반이 작지만, 직전 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400%대 후반으로 동종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ROE는 -20%대, 주가수익비율 PER은 마이너스 구간으로 수익성이 여전히 낮고, 외국인 지분율도 1%대에 그쳐 글로벌 자금 유입 기반은 약한 편이다. 저PBR·자산가치 매력과 영업이익 개선 속도라는 강점, 낮은 수익성과 높은 레버리지, 소형주 특유의 변동성이 약점으로 공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향후 전망을 보면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재개발 관련 추가 뉴스와 수급 변화에 따라 상·하방 변동성이 모두 큰 장세가 전개될 수 있다. 최근 수 주 동안 7,000원대 초반에서 지지를 받았던 만큼, 상한가 이후 형성될 새로운 가격대에서 8,000원 안팎 지지 여부와 거래량 축소 속도가 단기 조정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거론된다. 6개월 시계에서는 운송 본업의 실적 개선이 이어져 영업이익이 안정적인 플러스 구간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협상·인가·사업 구조 구체화 등 이벤트가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가 핵심 변수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재개발 속도 지연이나 외부 악재 발생 시 단기 급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구조와 동사의 참여 방식이 확인될 경우 자산가치 재평가 국면이 한 차례 더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테마성 상한가 이후 조정 위험을 우선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동양고속은 시가총액과 유통 물량이 크지 않은 소형주로, 재개발 뉴스 흐름에 따라 상·하한가를 오가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반복될 소지가 크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은 아직 사업 구조·기간·이익 배분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고유 사업의 실적 변동성과 고유가·금리·경기 둔화 등 외부 변수도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재개발 기대만을 근거로 한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재무·수익성 개선과 실제 사업 구조 변화를 함께 점검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당국과 시장은 향후 재개발 진행 상황과 운송 수요 회복 속도가 동양고속의 중장기 밸류에이션 흐름을 좌우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동양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천일고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