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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신비, 유리길 위 풍경”…정선에서 만나는 가을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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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신비, 유리길 위 풍경”…정선에서 만나는 가을의 비경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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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지만 정선에선 어느새 마음의 숨이 깊어진다. 가을 초입, 산의 숨결이 스민 정선에서 비경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탄광의 상징이던 이 땅은 이제 자연과 시간이 빚은 풍경, 그리고 그 속의 고요를 만나는 계절의 여행지가 됐다.

 

요즘 SNS에는 화암동굴 내부에서 찍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사진과, 투명 유리 바닥 위에서 펼쳐진 병방치스카이워크 인증샷으로 가득하다. 가족 단위 방문자는 물론,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혼행족까지 각자의 속도로 정선을 거닌다. 실제 동굴 탐방로는 폭이 넓고 손잡이가 정비돼 남녀노소 누구나 경이로운 대자연의 형상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는 평이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정선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정선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도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가을 정선군 주요 관광지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30~40대뿐 아니라 퇴직 이후 둘만의 여행을 즐기는 신중년 부부, 사찰 순례나 느린 산책길을 찾는 중장년층 방문객도 늘고 있다. 병방치스카이워크에선 “유리 위에 서니 심장이 뛴다”, “가을빛에 괜히 마음이 젖는다”는 방명록 글귀가 남았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이 흐름을 ‘회복의 여행’이라 부른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자연의 품에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 현장 운영자는 “요즘은 화려한 즐길거리보다, 온전한 자연과 역사의 숨결을 마주하며 쉬고 가는 분들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으론 설명 안 되는 정선의 느낌이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본 동강 물줄기가 한참 동안 기억에 남았다”, “정암사에서는 꼭 산책길을 걸어보라” 같은 경험담이 이어진다. 혼자여도, 가족 여럿이어도, 누구나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모습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선으로 가는 길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삶을 다시 추슬러보는 여행의 기호다. 정선의 가을 속에서, 당신은 어떤 마음을 만나고 싶나요.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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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화암동굴#병방치스카이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