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짬뽕 한 그릇에 담긴 70년”…군산짬뽕페스티벌, 미식과 문화의 만남
요즘은 ‘맛있는 하루’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멀리 떠나는 여행쯤에야 의미 두었지만, 지금은 짬뽕 한 그릇을 위해 모이는 일이 특별한 일상이 됐다. 화끈한 국물과 해산물의 향긋함, 그리고 오래된 추억이 가득한 짬뽕은 가을 광장을 또 하나의 열기로 물들인다.
전북 군산 백년광장에선 ‘군산짬뽕페스티벌’이 펼쳐진다. 70년을 이어온 군산 짬뽕의 역사를 담아, 해물짬뽕과 고기짬뽕, 그리고 다양한 테마별 짬뽕 레스토랑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SNS에는 ‘올해도 가족과 함께 짬뽕 먹으러 가야지’라는 다짐이 이어지고, 현장에서는 ‘짬뽕만 먹으러 군산에 왔다’는 여행객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2024년 한식 홍보관 통계에 따르면, 군산 지역 음식 축제 방문객은 전년 대비 30%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족 단위 외식이 늘어나면서, 남녀노소 모두의 취향을 아우르는 ‘짬뽕’은 군산을 대표하는 미식 아이콘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음식의 기억이 지역문화를 잇는 힘’이라고 설명한다. 식문화평론가 황지현은 “군산 짬뽕 한 그릇에는 세대의 추억, 지역의 역사, 삶의 온기가 녹아 있다”며 “축제는 미각을 넘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세대가 만나는 교감의 장이 된다”고 표현했다.
독자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와 함께 짬뽕 불기 체험이 기대된다”, “마술쇼 보면서 국물 한 숟갈, 벌써 설렌다”는 댓글 속에는 먹는 즐거움과 놀이가 함께하는 축제에 대한 설렘이 묻어 있다. 현장에선 가족 단위 방문객이 삼삼오오 짬뽕을 나누고, 무대공연 앞에서는 삼대가 나란히 웃음 짓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군산짬뽕페스티벌이 특별한 건 한 그릇의 음식을 넘어선 교감이다. 짬뽕 만큼이나 푸짐한 체험과 익살스러운 공연, 그리고 군산만의 깊은 맛이 골고루 어우러진 축제는 “작고 평범한 식사 자리도 추억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삶의 메시지를 건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런 자리에서 조용히 바뀌고 있다. 이번 가을, 한 그릇의 뜨거운 짬뽕이 건네는 위로와 교감은 누구에게나 오래 남을 ‘맛있는 기억’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