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달·역도산, 영광의 투혼”…허경환·원지, 조선인 영웅의 눈물→전설의 생존사 묻다
밝은 미소로 리스너들이 자리에 앉은 순간, 허경환의 유쾌한 한마디와 원지의 진심 어린 시선이 조선인 슈퍼히어로 두 사람의 삶을 더욱 깊게 비췄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최배달과 역도산, 두 전설의 인생은 힘과 영광의 단단한 빛 아래 늘려진 고된 현실과 조국에 대한 애틋함으로 채워졌다. 이곳엔 허경환, 송진우, 원지가 함께해 흐르는 감탄과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잔히 젖었다.
최배달은 실전 무술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이자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남자였다. 맨손으로 소마저 쓰러뜨린 신화의 현장에 허경환은 “인간 한계를 넘었다”고, 송진우는 “탈인간”이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도 일본 사회의 시선은 벽처럼 그를 가로막았다. 조국을 마음에만 품은 채 살아야 했던 최배달의 외로움에 원지는 “한국인인데 한국인으로 살지 못해 안타깝다”며 슬픔을 나눴다.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의 전설이자 “천황 다음은 역도산”이란 명성을 얻었다. 손날 한방에 몰려온 경탄의 박수 뒤엔, 스모 입문 이후 겪은 혹독한 차별과 시련이 사무치게 남았다. 프로레슬러로 전향했지만 동료들의 시기와 일본사회의 편견에 맞서야 했고, 결정적 순간엔 역도산과 최배달이 “같은 조선인끼리 싸우지 말자”는 약속 아래 결투를 멈추는 뜨거움이 자리했다.
역도산은 대한민국을 찾아 선수단을 지원하고 스포츠계의 숨은 영웅들을 나란히 내조했다. 박치기왕 김일, 복싱 챔피언 김기수, 야구 영웅 장훈 역시 역도산의 손길 아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야쿠자와의 불의의 사건, 갑작스런 죽음은 남은 가족과 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송진우는 “차별과 고난 속에 성공했으나 한순간에 인생을 잃었다”며 숙연한 분위기를 전했다.
최배달도 생의 마지막에 “최선을 넘는 각오와 의지”를 이야기했다. 두 영웅의 장례식에는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인파가 몰려와 깊은 슬픔을 나눴고, 그들의 기나긴 투혼과 인내심, 노력이 진짜 유산임이 재조명됐다.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은 진정한 신화란 강인함보다 차별과 시련을 견딘 ‘버팀’임을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한국인인데 한국인으로 살지 못했다는 게 너무 슬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빛나는 힘의 이면, 침묵한 시간들과 삶을 건 투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신화의 이름 뒤, 무명의 공간에서 자신을 지키던 역도산과 최배달의 하루를 세밀하게 짚는다. 이들의 서사는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 방송을 통해 시청자 곁에 계속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