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말자 할머니 61년 억울함의 무게”…꼬꼬무, 성폭력 맞선 삶→진실의 빛을 담았다
밝은 커튼 사이로 스며든 바람처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준엄함과 함께 61년 전 멈춰선 한 여성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최말자 할머니의 이름 위에 얹힌 슬픔과 분노, 그리고 다시 움트는 희망은 시청자들에게 차가운 역사의 그림자와 그 끝에 도달한 작은 정의를 안겼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지만, 61년을 견딘 한 사람의 용기는 결국 세상에 목소리를 내며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193회를 통해 시청자들은 1964년 경남의 작은 마을에서 최말자 할머니가 겪은 참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18살 어린 나이에 성폭력에 저항해 스스로를 지킨 그는, 오히려 가해자의 반격에 의해 ‘중상해죄’로 법정에 서야 했고, 법과 사회 모두에게 외면당한 채 길고 긴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법정은 정당방위를 부정하며 편견에 가득 찬 언어로 최말자 할머니와 그의 가족을 더욱 상처 입혔다. 수치와 억울함이 뒤섞인 시간은 할머니의 삶 곳곳에 드리웠지만, 그는 이를 견디며 조용히 힘을 비축했다.

5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최말자 할머니는 재심을 청구하며 진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차가운 현실은 그의 노력을 막아섰고, 항고의 나날은 더욱 길어졌다. 이러한 시련을 뚫고, 사건이 일어난 지 61년 만에 법원은 마침내 무죄를 선고하며 오래된 침묵을 깨뜨렸다. 지난 9월 10일, 법정에서 울려 퍼진 ‘무죄’라는 선언은 지난 수십 년 억눌렸던 한 사람의 상처에 비로소 숨을 불어넣었다.
넉넉지 않은 헌신에는 언제나 든든한 동행이 있었다. ‘꼬꼬무’는 최말자 할머니와 그 가족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리스너인 웬디, 김남희, 박선영 역시 방송을 통해 함께 눈물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나눴다. 웬디는 “울컥했다”며 공감의 눈시울을 보였고, 김남희와 박선영 아나운서는 오래된 상처를 끌어안은 할머니의 투지를 담담하게 전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반복된 침묵과 상처의 시간을 오롯이 기록해낸 방송의 힘은 시청자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과 용기의 메시지를 남겼다.
슬픔의 긴 터널 끝, 오늘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난 한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 시청자 곁을 찾는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61년 만의 진실이 달빛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