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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 숲길의 여유”…흐린 날 공주에서 만나는 느리게 걷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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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 숲길의 여유”…흐린 날 공주에서 만나는 느리게 걷는 하루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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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린 날씨에도 산책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맑은 날이 아니면 여행을 미뤘지만, 이제는 하늘이 흐릴수록 조금 느리게 걷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작은 변화 같지만, 어느새 날씨보다 내 감정의 흐름에 맞춰 여행하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공주의 9월, 금강을 따라 펼쳐진 이 도시는 고요함과 유유자적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공산성 성곽을 따라 걷는 이들은 SNS에 한적한 산책 인증샷을 남긴다. “흙길을 밟는 소리에 마음까지 조용해진다”는 공유와 함께, 땀에 젖지 않을 만큼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분다. 해 질 녘, 노을빛이 백제의 돌성벽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엔 자연스럽게 멈춰서 오래된 도시의 시간에 귀 기울이게 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주

이런 변화는 공주를 찾는 여행객의 패턴에서도 읽힌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힐링 체험을 목적으로 한 소도시 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엔 #공산성산책, #공주숲길 해시태그가 연이어 올라오고, 도심보다 덜 알려진 고즈넉한 여행지가 인기다. 계룡산 자락의 신원사엔 가족 단위 방문객과 혼자 조용히 머물다 가는 이들까지, 각자의 속도로 산사의 시간을 누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렌드를 ‘느린 여행’, 혹은 ‘의미 있는 쉼’이라 정의한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지영은 “누구와 어디를 가느냐보다, 그곳에서 나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집중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흐린 하늘과 고요한 산사가 주는 정서적 안정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가 와도 괜찮았다”, “공주에서 걷다 보면 내 마음도 잠시 멈춘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이안숲속에서 아이들과 식물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 테마정원 틈에서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남기는 연인, 푸르른 숲속에서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이들까지—비슷한 하루 속에도 저마다의 속도와 쉼을 찾아간다.

 

공주는 지금, 누구든 자신의 리듬대로 걷고 쉬는 도시다. 흙길과 돌담, 고즈넉한 사찰과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감정의 결은 ‘빨리’ 말고 ‘천천히’를 택하는 생활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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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공산성#신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