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것들" "엿" 논란까지…유병호, 감사원 쇄신TF와 정면 충돌
감사원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유병호 감사위원이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에 반발하며 조직 안팎과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감사원 수뇌부까지 겨냥한 행보가 이어지면서 쇄신 작업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감사원 안팎에 따르면 유병호 위원은 지난달 정상우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의 사무실로 엿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무총장 측은 이 엿을 곧바로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쇄신TF를 주도하는 사무총장을 향한 노골적인 항의 행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 위원의 엿 전달 배경에는 정 사무총장 취임 이후 출범한 감사원 운영 쇄신TF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자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TF가 문재인 정부 시기 이뤄진 감사 과정을 재점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유 위원이 당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주도하며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감사원의 실세로 불렸다는 점에서, 쇄신TF 활동이 자신의 과거 행보를 겨냥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유 위원의 공개 반발은 이보다 앞서 표면화됐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최재해 전 감사원장 퇴임식 자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기념사진 촬영 장소에 나타나 "영혼이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친 뒤, 스마트폰으로 옛 유행가인 세상은 요지경을 재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상당수가 공식 행사 분위기와 거리가 먼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유 위원은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쇄신TF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TF를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로 알려진 웬치에 빗대 비유하며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안에서는 특정 조직을 범죄 집단에 연결하는 과격한 비유가 조직 기강과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에서도 쇄신TF를 둘러싼 충돌은 이어졌다. 유 위원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쇄신TF에 대해 "구성 근거, 절차, 활동 내용 전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TF의 설치부터 운영까지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공식 자리에서 TF 구성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안팎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유 위원은 현재 쇄신TF가 진행 중인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 활동이 과거 감사 의사결정 과정과 조직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자료 제출과 진술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유 위원의 이 같은 대응이 TF와의 정면 대립 구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감사원 쇄신TF는 정상우 사무총장 취임 이후 구성돼 두 달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재해 전 감사원장의 퇴임으로 과거 감사 책임 라인이 일단락되면서, TF 결과가 조직 쇄신 방향과 책임 소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감사원 안에서는 TF가 문재인 정부 시기 감사는 물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감사 결정 과정까지 포괄적으로 재점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최재해 전 원장 역시 쇄신TF의 성격과 범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퇴임 직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TF 출범을 승인한 것은 제가 나가기 전, 제가 있었을 때의 감사를 되짚어 보겠다는 맥락에서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이뤄진 감사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인정한 셈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병호 위원이 과거 문재인 정부 감사의 전면에 나섰고, 여권에서 윤석열 감사원의 실세로 지목됐던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쇄신TF 결론은 정치권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TF 결과에 따라 특정 감사가 절차나 내용상 문제를 지적받을 경우 여야 공방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감사원 안팎에서는 쇄신TF 활동이 두 달째로 접어든 만큼 조만간 중간 점검 수준의 결과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은 쇄신TF 조사와 유병호 위원의 강경 행보를 둘러싸고 또 한 차례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감사원도 향후 TF 진행 상황과 조사 대상 범위를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