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계엄·탄핵 사죄 당헌에 새긴다”…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 선언
정치

“계엄·탄핵 사죄 당헌에 새긴다”…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 선언

전서연 기자
입력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 직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과거 ‘탄핵 반대’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는 추진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기존 질서와의 전면 결별을 선언했다. 당원 소환제와 비례대표 상향식 공천 등 당 혁신도 본격화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7월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윤희숙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계엄·탄핵·대선후보 교체 파동 등 정당의 과오를 사죄하는 선언문을 당헌·당규에 수록할지 여부를 전 당원 찬반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숙 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가장 먼저 과거와의 단절이 전제돼야 한다”며 “당헌·당규 맨 앞장에 새겨넣을 것인지 당원들에게 직접 묻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이날 공개한 사죄문 초안에는 “내분 속에 비전과 정책 역량 축적을 게을리했다”,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데 책임을 통감한다”, “탄핵에 직면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 등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담겼다. 당의 주인이 당원임을 간과하고 특정 계파나 인사 중심으로 운영한 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퇴출, 대표 선출 규정 변경,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 시도 등도 모두 성찰의 대상에 포함됐다.

 

호준석 혁신위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 맞는 판단을 못했다’는 표현은 탄핵 반대 당론 채택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 강제 퇴출, 연판장·규정 급변 등 문구는 2022년 이준석 전 대표 징계와 전당대회 과정, 친윤(친윤석열)계의 주도적 역할을 둘러싼 비판적 반성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야권 일각에서 나왔다.

 

혁신위는 동시에 ‘새 출발을 위한 약속’ 네 가지를 제시했다. ▲계속된 혁신 약속, ▲당원과 국민 목소리 반영, ▲사익 추구·우리 편 감싸기 배제, ▲민생정책 역량 강화 등이다. 선출직 당직자·공직자의 취임선서에 이를 반영하고, 약속이 어겨질 경우 당원소환제를 가동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비례대표 공천의 상향식 전환, 당세 약한 지역 우선 배려 등 전국적 정당화 전략도 명문화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혁신 시도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보수 진영에선 전직 대통령과의 결별 수위 및 탄핵 반성문 수록 방침을 두고 내부 혼선과 반발 가능성도 거론됐다. 한편 혁신위의 이번 조치는 국민의힘이 탄핵 및 계엄 등 역사적 분기점에서 선택한 기로였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혁신위는 14~15일 전 당원 온라인 투표로 사죄문과 약속의 당헌·당규 수록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윤희숙 위원장은 “지도부가 이 안을 수용했다”며 “전당대회 후보 등록 전 활동을 마치겠다. 혁신 분위기 속에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파격적 제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혁신위는 7월 말까지 활동을 마무리할 방침이며, 향후 실제 당헌·당규 반영 여부와 정치권 파장이 주목된다.

전서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민의힘#윤희숙#당원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