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등 업은 북한, 공세적 외교로 전환 시동”…김정은, 유엔총회 행보 주목
정치적 고립에서 벗어난 북한이 중·러와의 밀착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무대에서 공세적인 외교를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연쇄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가운데, 다자외교무대 데뷔로 외교정책 전환을 시도할 전망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의 달라진 대외 행보와 대미전략 변화 가능성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다.
북한은 최근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서 국제적 위상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극단적 고립 노선을 택했지만, 이번 정상외교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비핵화 언급이 사라지는 등, 핵보유국 실질 인정을 시사하는 흐름이 감지됐다.

북·중은 최근 6년 만에 관계 복원을 선언하고 경제 및 고위급 교류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맹을 강화했으며, 북·중·러 3각 협력 역시 경제·안보 양면에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북한판 ‘안러경중’ 정책 강화로 경제회복 모멘텀을 노릴 것”이라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북·중·러 경제협력의 상징적 공간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달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80차 유엔총회는 북한의 변화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외교 소식통들은 최선희 외무상의 참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총회에서 리수용·리용호 외무상이 직접 연설한 전례가 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후에는 김성 주유엔대사가 단상에 올랐다. 북한이 아직 유엔 측에 연설자를 통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 참석 신규 시도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군축을 새로운 협상 의제로 내세울 경우 미국과의 ‘담판’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며 ‘군축’이라는 새로운 접근 필요성을 내비쳤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9월 5일 학술회의에서 “북한은 안보 자신감이 높아질 때 대화 태세를 전환했다”며 “중국 전승절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질적 대화 제안에 나서면 김정은 위원장이 수용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미 협의에서 핵군축회담 방식이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북한의 외교무대 진출과 북·중·러 3각 공조 강화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는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한반도 안보 불안에 대응책 마련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