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고원 도시의 산사와 목장”…태백에서 찾는 여유의 시간
요즘 태백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엔 산골 도시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고원에서 보내는 조용한 하루가 일상이 됐다.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원 도시에 흐린 날씨가 감도는 9월, 태백은 그 자체로 특별한 여행지다.
태백에서는 도심의 소음을 잠시 벗어나 자연 속 동물들과 교감하거나 산사의 고요함에 젖을 수 있다. 몽토랑산양목장에서는 드넓은 초지 위를 뛰노는 산양들이 반긴다. 아이 손을 잡고 목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도시에서 쉽지 않은 경험”이라 느꼈다. 목장 한편 몽토랑제빵소에서는 방금 짜낸 신선한 산양유로 구운 빵과 유제품이 이른 아침부터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잠시 쉬어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건넨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풀잎과 초원 풍경, 산양의 맑은 눈망울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도 말해준다. 최근 고원 자연 체험과 소도시 산책을 주제로 한 여행 검색량이 꾸준히 늘었다. 트레킹 코스와 목장 체험 신청 또한 대기자까지 생겼다.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 자연에서 보내는 하루가 새 여행 방식으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움직임을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고원 리트릿”이라고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수는 “태백은 남의 도시 같지 않고, 자연에서 천천히 내 시간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표현했다. 검룡소에서 길게 이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바위 틈에서 솟구치는 한강 발원지의 에메랄드빛 물줄기가 찬란하다. 그곳에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고요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산양 목장에서 마신 우유 맛이 잊히지 않는다”, “한 번쯤 혼자 산사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싶다” 등의 공감이 이어진다. 유일사에선 전통 사찰 건축물이 깊은 숲과 어우러지며, 평화로운 계단길을 오르노라면 마음까지 정돈된다. ‘대웅전 앞에서 보낸 오전’처럼,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태백의 흐린 하늘과 조용한 산사, 그리고 초원의 산양들 속에서 ‘일상에 파묻혀 잊었던 나’를 스스로 발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