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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처음 ARF 불참”…북한, 대러 외교에 역량 집중 기조 선회
정치

“25년 만에 처음 ARF 불참”…북한, 대러 외교에 역량 집중 기조 선회

한지성 기자
입력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25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ARF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까지도 북한 대표단 참석 여부는 주최 측과 북한 양쪽 모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ARF는 1994년 시작돼 역내 주요 외교 현안과 안보 질의를 다루는 다자 포럼이다. 북한은 2000년 가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식 불참한 적이 없었다. 외교 수장 등 대표단 격은 달리해왔으나, 매년 참석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올해의 불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의장국 말레이시아와 단교 상태인 점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는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어 미국으로의 북한인 사업가 송환 문제로 2021년 외교관계를 공식 단절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의장국과 단교국가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관례가 있어, 북한의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불참은 전략적 양자 외교로의 선회라는 신호로도 읽힌다. 북한은 그동안 ARF 무대에서 한국, 미국과 마주해 핵·미사일 도발 규탄 수위 등을 둘러싸고 외교전을 펼쳤다.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역내 다자보다는 양자 외교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ARF 종료 직후인 11일부터 13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 외교 당국이 ARF 불참과 맞물려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외적으로는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북한 초청에 미온적이었던 상황과, 북한 역시 ARF 불참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던 점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ARF 회피가 다자외교 체계에서 러시아 등 양자관계 강화로 재편되는 흐름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치권은 북한의 불참 결정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안보 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말레이시아와 대북 외교 상황을 주시하며, 러시아와 북한의 접촉에 따른 파장 분석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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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아세안지역안보포럼#라브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