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정보보호 혁신”…LG유플러스, 7000억 투입·국가 협의체 제안
LG유플러스가 향후 5년간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정보보호 투자를 예고하며, 업계 내 보안 경쟁 구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2023년 정보보호 투자와 인력을 대폭 늘린 데 이어, 올해 역시 전년 대비 30% 이상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AI 기반 보안 체계 고도화, 국내 최장기간 블랙박스 모의해킹, 그리고 민관 협의체 구성 제안까지 내놓으면서, 통신업계 보안 전략진화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CEO 직속 보안전담조직 정보보안센터를 신설하고, 보안 거버넌스·예방·대응 등 삼중 축을 기반으로 전사적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 규모는 828억원으로 전년보다 31.1% 늘었고, 정보보호 인력 역시 86% 급증했다. 정보보안센터장이 경영위원으로 직접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사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보안 사안을 최고경영진 단위에서 책임지는 구조다.

기술적으로는 2027년까지 AI를 적극 도입한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모델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기존 신뢰 중심의 접근제어를 탈피하고 모든 접근 권한 요청에 대해 실시간 검증 및 차단이 이뤄지는 선제적 체계로 전환한다. 이와 함께 외부 화이트해커 그룹을 활용한 장기 블랙박스 모의해킹을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해, 공격 취약점 노출을 근본적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 측은 “규모와 기간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모의해킹”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적으로는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사이버 범죄 대응 솔루션을 대폭 강화했다.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해 11월 이후 스팸 차단 건수가 5개월 만에 1.4배 늘었고,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는 월평균 2000여건의 의심 전화를 탐지해왔다. 악성 앱 감염 알림톡, 실시간 데이터 분석, AI 기반 패턴 학습 등 다각도의 대응 전략이 실제 범죄 예방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추적해 경찰에 제공한 악성 앱 서버 정보는 2분기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의 23%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AI와 자동화 기반 제로 트러스트 모델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국내 주요 통신사 중 LG유플러스가 단계별 구축 로드맵을 공개하고, AI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는 민관 공동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금융사 등 민간과 정부·공공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산업 차원의 협업이 보안 범죄 근절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각 기업별 협업만으로는 조직적 범죄 패턴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통합 플랫폼과 정책 연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의 대규모 투자와 선제적 대응 방안이 국내 정보보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폭제가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보안 혁신이 실질적 산업 신뢰 제고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전방위 보안 규제, 데이터 보호, 인공지능 활용의 조화 등 복합 과제 해결이 국가 차원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