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잃어버린 대구의 시간 되돌리겠다”…정청래, 보수 심장 TK 민심 공략 시동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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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과 더불어민주당이 맞붙었다. 진보 진영의 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정면 승부를 선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영남 민심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9일 대구광역시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구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정 대표의 대구 방문은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민심을 정면으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정청래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구 지역 공략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그는 “대구가 민주당으로서는 어려운 지역임에는 분명하지만, 민주당이 어느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구부터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상기시키며 대구 미래 비전을 부각했다. 그는 “잃어버린 대구의 시간을 다시 돌리겠다. 민주당이 대구 발전의 동반자가 되겠다”며 “대구를 대한민국 인공지능 AI 로봇 수도로 건설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 현안으로는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장기 숙원 과제로 제기돼 온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정 대표는 중앙당 차원의 정책 지원을 약속하며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는 또 지난 8월 경주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했던 영남발전특별위원회 설치 계획을 다시 꺼냈다. 그는 “영남발전특별위원회를 준비 중에 있다”고 재확인하며, 영남권 전반의 발전 전략을 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구 지역위원장 전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정 대표는 각 지역위원장의 발언을 끝까지 듣고 메모를 하며 지역 현안을 하나씩 짚어 나갔다. 지역위원장들은 대구 취수원 이전과 AI·로봇 산업 지원뿐 아니라 군 공항 이전 조속 추진, 경북도청 후적지의 문화예술허브 활용, 쓰레기 소각장 갈등 완화, 장기 미분양을 포함한 지역 부동산 침체 대응 등 다양한 현안을 제기했다.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위원장은 대구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30년 이상 약해지고 쇠퇴하는 대구 경제를 이번 이재명 정부, 민주당은 반드시 우상향 곡선으로 트렌드를 바꿔 나가야 한다”며 대구 지역 예산 추가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역위원장들의 건의를 들은 후 “당에서 적극 반영할 것은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대구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언급하며 “전통적 제조업 중심이었던 대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고도화해 정보기술 IT 전문인력 유입과 미래형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단지를 매개로 한 구조 전환을 통해 대구 경제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회의에 앞서 김정기 대구광역시장 권한대행과 별도 면담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산업 AX AI 대전환 혁신허브와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구축을 포함한 대한민국 AI 로봇 수도 건설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첨단산업 인프라 조성을 통해 대구를 미래 산업 거점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자리에서는 대구·경북 통합공항 건설 사업의 재원 조달 문제도 논의됐다. 통합공항 이전은 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로, 사업비 규모와 국비·지방비 분담을 둘러싸고 지역 사회 논의가 이어져 왔다. 정 대표는 여기에 더해 대구 취수원의 조속한 이전, 독립역사관 건립 필요성 등도 함께 다루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일정으로 AX 허브 조성이 예정된 대구 수성구 알파시티를 방문해 기업인들과 현장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AI·로봇 관련 기업과 IT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규제 개선과 인재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책 제안을 듣고 당 차원의 후속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잇단 영남 행보를 더불어민주당의 중장기 전략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주 부산을 찾아 영남 인재육성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구에서도 지역 현안에 초점을 맞추며 영남권 지지 기반 확대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 집중하는 대신 이른 시점부터 영남 민심의 변화를 겨냥하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보수 지지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국민의힘 지역 조직과 지방권력이 공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민심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그러나 지역 숙원사업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예산과 제도 개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야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은 당분간 TK 지역 개발 사업과 예산 배분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영남발전특별위원회 설치와 AI 로봇 수도 육성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정책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는 예산 심사와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 현안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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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