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엡스타인과 7년간 이메일 왕래”…서머스, 오픈AI 이사직 사임에 AI 거버넌스 여파 주목

강예은 기자
입력

현지시각 19일 미국(USA)에서 인공지능 기업 오픈AI(OpenAI)의 이사진 개편을 촉발하는 중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전 총장이 미성년자 성범죄자 고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미 의회 이메일 공개로 재조명되면서 오픈AI 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기술기업 이사회가 윤리와 평판 관리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과 맞물려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서머스 전 총장은 19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공적 임무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전 발표에 따라 오픈AI의 이사직 또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의회가 공개한 문서에서 엡스타인과의 장기간 이메일 왕래 사실이 드러난 뒤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고, 이번 결정으로 오픈AI 이사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오픈AI’ 이사진 재편…서머스, 엡스타인 연루 논란 속 이사직 사임
‘오픈AI’ 이사진 재편…서머스, 엡스타인 연루 논란 속 이사직 사임

서머스 전 총장은 2023년 11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해임됐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새로 구성된 오픈AI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후 회사의 전략 방향과 AI 거버넌스 논의에 참여하며, 인공지능 산업 규범 설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오픈AI는 같은 날 별도 성명을 통해 “래리가 오픈AI 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가 이사회에 가져온 큰 기여와 관점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해 인사 변경 내용을 공식화했다.

 

논란의 발단은 미 의회가 최근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이메일 자료였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서머스 전 총장은 엡스타인이 다시 형사 문제에 휘말리기 전인 2019년 3월까지 최소 7년 동안 엡스타인과 친밀하게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이메일에는 서머스 전 총장이 자신의 혼외관계와 관련해 엡스타인에게 조언을 구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서머스 전 총장은 지난 17일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며 모든 공적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오픈AI 이사직 사임은 이 같은 선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NYT와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매체는 서머스 전 총장이 오픈AI 외에도 여러 정책·경제 연구기관에서 연이어 물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머스 전 총장은 글로벌개발센터(CGD),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예일대 예산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해밀턴 프로젝트 등에 이미 사의를 표했다. 그동안 글로벌 거시경제와 정책 현안을 다뤄 온 그의 언론 기고도 중단 수순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며,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서의 공적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축소되는 양상이다.

 

서머스 전 총장이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는 대학 차원의 조사 움직임에 나섰다. NYT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서머스를 포함한 대학 관계자들과 엡스타인 사이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학계와 정책 커뮤니티 전반에서 엡스타인 연루 인사에 대한 도덕적·제도적 책임을 재점검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오픈AI 이사진 재편은 해외 기술기업 지배구조와 인공지능 규범 논의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서머스 전 총장은 오랜 정책 경험과 경제 전문성을 바탕으로 AI가 노동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해 온 인물이다. 그의 퇴진은 오픈AI 이사회의 구성이 다시 한 번 바뀌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서 이사진 선임 시 윤리성·평판 리스크 검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언론들은 오픈AI가 샘 올트먼 해임·복귀 사태 이후 거버넌스 구조를 재정비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인사 변동이 회사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을 둘러싼 논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기업 이사회 인선 과정에서 과거 인맥과 사생활까지 면밀히 검증하려는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을 빅테크 기업의 윤리 기준 상향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AI 규범과 책임 있는 혁신을 둘러싼 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사진의 개인적 평판이 기업 이미지와 정책 영향력에 미치는 효과가 한층 커졌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오픈AI 이사회 개편과 서머스 전 총장의 추가 행보가 향후 인공지능 산업의 지배구조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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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서머스#오픈ai#제프리엡스타인